[형사] "압수한 휴대폰에서 메시지 추출하며 피의자 참여권 미보장…증거능력 없어"
[형사] "압수한 휴대폰에서 메시지 추출하며 피의자 참여권 미보장…증거능력 없어"
  • 기사출고 2023.08.2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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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의자신문조서 등 2차 증거도 증거능력 없어"

마약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메시지 등을 추출하면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해당 정보는 물론 이에 기초한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조서 등 2차 증거도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작곡가인 A(25)씨는 2021년 9월 18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B씨로부터 마약 성분이 함유된 '듀로제식디트렌스 패치' 1매를 무상으로 건네받아 사용하고, 2021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인 자나팜정1밀리그램 등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한 범죄 혐의사실을 B씨와 관련된 '듀로제식디트렌스 패치'의 수수와 사용으로 특정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2022년 6월 13일 A씨의 집에서 A씨를 체포하고 압수 · 수색하면서 A씨가 소지하고 있던 아이폰12 휴대폰을 발견했다. 경찰은 압수 · 수색 현장에서 휴대폰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복제본 획득이 곤란하다고 판단해 휴대폰 기기 원본을 봉인한 후 압수현장에서 반출했다. 경찰은 다음날인 6월 14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팀 사무실에서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메시지 등을 추출했는데 여기에는 B씨뿐만 아니리 향정신성의약품 수수 범행의 공범들과 각각 주고받은 메시지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이 2022. 6. 13. 압수 · 수색 현장에서 반출되었을 당시부터 2022. 6. 14. 10:00~14:30경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팀 사무실에서 피고인의 휴대폰에 저장된 이 사건 각 전자정보(사진, 메시지 등)를 열람하여 탐색 · 출력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에게 이에 참여할 수 있음을 고지하였다거나 실제로 참여할 기회를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확인서 등 객관적인 증거는 제출된 바 없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각 전자정보는 피고인의 휴대폰 반출 및 그 휴대폰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열람 · 출력 과정에서 피고인과 그 변호인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 범죄혐의에 대한 별도의 압수 · 수색영장 없이 압수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정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전자정보에 기초하여 획득한 검찰과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 등 2차적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다만, A씨의 법정 자백과 공범들의 증언 등을 근거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별도 사건을 병합해 진행된 항소심 재판부도 A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메시지 등 각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 "수사기관이 압수한 휴대폰을 수사기관 사무실로 옮겨 탐색 · 복제 · 출력하는 과정도 모두 압수 · 수색의 일환에 해당하므로 이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하고, 피압수 · 수색 당사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혐의사실과 전자정보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지는 압수 · 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으나, 다만 이러한 객관적 관련성은 압수 · 수색영장 범죄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혐의사실의 내용, 수사의 대상과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 개별적 연관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와 변호인에게 압수 · 수색 절차에 참여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탐색 · 추출을 막기 위함이고, 따라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압수 · 수색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전자정보를 탐색 · 추출하는 과정을 실제로 확인하면서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의 탐색 · 추출에 이의하는 등 사전에 이를 제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①경찰관이 피고인과 변호인과 같은 사무실에 있기는 하였지만 그들의 관여 없이 혼자서 이 사건 전자정보를 탐색 · 추출한 점, ②경찰관이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휴대전화에서 전자정보를 탐색 · 추출하는 과정을 실제로 보여주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전자정보 탐색 · 추출 과정을 참관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그들이 원할 경우 그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으로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당사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수사기관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③피고인과 변호인이 이러한 고지를 받지 않은 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그들이 참여 포기 의사를 명확히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전자정보의 탐색 · 추출 과정에서 당사자 및 변호인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합된 사건 중 일부 혐의의 경우 A씨 자백 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범행은 유죄를 인정, A씨에게 징역 10월과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도 7월 27일 "원심의 판단에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과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3도5700).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