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일원화 10년' 절반의 성공
'법조일원화 10년' 절반의 성공
  • 기사출고 2023.08.21 19: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무능력, 소명의식 등 평가 갈려"
"판사 역할에 대한 발상 전환 필요"

2013년부터 시행된, 법조경력 5년 이상이 되어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는 법조일원화제도 10주년을 맞아 법원행정처와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법정책연구원이 7월 14일 공동으로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과연 제도 시행 10년의 성과와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기조 발표에 나선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은 "신규 임용 법관의 연령이나 법조경력, 전공의 다양성, 법원 전체의 인적 구조 변화 등을 보면,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법관에 의한 재판이라는 법조일원화 도입의 취지는 상당 부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법관 고령화에 따른 업무효율 저하를 방지하는 한편,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나 생각 등도 재판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재판연구원을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7월 14일 진행된 법조일원화제도 시행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조 발표를 통해 법조일원화제도의 도입 및 시행 경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7월 14일 진행된 법조일원화제도 시행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조 발표를 통해 법조일원화제도의 도입 및 시행 경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모두 3개의 발제가 있었다.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가 대한변협이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법원 외부자 입장에서 "법조일원화제도 시행 10년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장으로 있는 김신유 부장판사는 법조일원화 이후 임용된 판사들, 그들과 같은 재판부를 구성하여 일해 본 경험이 있는 판사들, 법조일원화 이후 사법연수원에서 신임 판사 선발 및 교육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상대로 실시한 인터뷰를 토대로 "법원 구성원의 관점에서 본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신권철 교수가 "법조일원화제도의 과제(발전방향)-법관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신 교수는 특히 법관 임용의 기준, 요소와 관련, "현재의 법관 임용에서는 이제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며 "절차 중 어느 것에서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평가지표는 사라졌고, 필기전형 또한 오픈 북이라는 형태로 판례를 검색해서 찾아쓰는 방식이 되어 실질적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주관적 평가 절차들은 그 곳에 뛰어드는 사람에게 신뢰와 기대가 아니라 불안과 위험을 야기한다"고 우려하고, "법무법인과 같은 민간의 영역에서야 무엇을 기준으로, 누구를 뽑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지만 공공의 영역에서는 적어도 객관적 평가만이 기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법원과 검찰은 로클럭이나 검사를 뽑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성적(석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그것이 응시자들의 기대와 신뢰의 기반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법조경력이 있는 법관을 어떻게 뽑을지이다. 법관은 어떠해야 하는가? 신 교수는 "그것은 그들을 뽑는 법원이 결정하지만,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며 "본 마음은 늘 그럴듯한 단어들 속에 숨겨져 있겠지만 그 속 마음이 법원의 미래를 결정하고, 로스쿨과 계속 태어나는 법조인의 미래도 거기에 달려 있다"고 발표를 마쳤다.

이하에선 김주영 변호사와 김신유 부장판사의 발표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김주영 변호사=법조일원화제도 도입 10년을 맞은 현 시점에서 법조일원화제도 도입 및 시행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즉, 종전의 법관 즉시임용제도의 폐지와 법조일원화제도의 전면실시라는 큰 제도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정한 일정한 법조경력을 가진 법조인들이 활발하게 법관직에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서 상당 규모의 법조경력자들이 법관으로 임용되고 있는 점은 비교적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 정하는 최소한의 법조경력을 가진 자들, 그리고 비교적 균일화된 이력의 법조경력자들이 집중적으로 임용되고 있어 당초 법조일원화제도를 도입할 당시 기대한 정도의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이력을 갖춘 법조인들이 법관으로 임용되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력판사 신규 임용자의 평균 연령은 2019년 35.5세에서 2020년 34.8세, 2021년은 33.9세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이는 2020년과 2021년에 최소경력자인 5년 경력자 임용비율이 70%를 넘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법조경력자 법관임용제도는 일응 상당수의 법관을 충원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최소경력요건에 해당하는 5년 차가 절반 이상에 해당하고 6년 차까지 합하면 70~80%에 이른다는 점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법조경력자를 선발하려는 당초 취지가 많이 퇴색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재판연구원 경력을 가진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다양성 면에서도 기대에 못 미침을 알 수 있다.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은 임용된 법관들의 장기근속을 기대하고 도입된 제도라 할 수 있다. 상당한 법조경력의 법조인들이 판사로 임용된 이후에도 조기에 퇴직한다면, 각종 사건의 심리와 재판에 필요한 법관집단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법조일원화제도는 법관들이 조기에 퇴직하여 변호사 개업을 하는 관행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어야 유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판사 퇴직 경향은 정년퇴직자가 늘어나는 동시에 중견 법관들의 퇴직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법연감에 기재된 정년퇴임 법관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0명 ▲2015년 1명 ▲2016년 1명 ▲2017년 4명 ▲2018년 2명 ▲2019년 6명 ▲2020년 3명 ▲2021년 0명 ▲2022년 6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10명으로 예상되고 ▲2024년에는 13명으로 예상된다. 

반면 법원의 허리 격인 중견법관의 대거 이탈이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2023년 정기인사에서 사직 의사를 밝힌 법관 61명 가운데 고법판사(법원조직법 10조 판사)와 지법 부장판사, 부장판사급 재판연구관이 51명에 달했다고 한다. 사직한 판사의 83.6%가 법원의 허리로 불리는 중견법관들이고 이 가운데 '법관 인사 이원화 제도'의 핵심으로 불리는 고법판사만 15명이 사직했는데 지난해 13명에 이어 역대 가장 많은 수가 퇴직한 것이다.

정년까지 근무하는 법관이 늘어나는 반면, 중견법관의 이탈이 심한 이유는 결국 수요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회양극화와 법률시장 양극화 추세 속에서 취업제한로펌인 대형 로펌들이 고위 법관보다는 한창 일할 나이인 고법판사급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명예퇴직제도의 확대도 중견법관들의 조기퇴직을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법조일원화제도 성공의 전제조건인 평생법관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취업제한, 수임제한 등의 확대와 명예퇴직제도의 축소, 정년 후 시니어법관제도 도입 등을 통해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조일원화제도에 따라 임용되는 법관들이 정년까지 근무하는 경향을 보일지 아니면 중견법관으로 성장한 후 재개업을 위해 퇴직할지는 법조일원화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다.

2~3년의 재판연구원 생활을 거쳐 대형 로펌 송무파트에서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로 2~3년 근무하다가 법관이 된 경우 어느 정도 근무하여 법원 경력을 쌓은 후 다시 대형 로펌의 송무파트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사직하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변호사 생활을 해 보았기에 개업에 대한 두려움도 적을 것이며, 대형 로펌도 해당 경력법관에 대한 정보가 있기에 영입을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중견법관의 퇴직이 늘어나고 대형 로펌 송무파트는 이들을 영입함으로써 후관예우와 전관예우를 동시에 누리는 제일 안 좋은 광경이 연출될 수 있다. 충분한 사회적 경험과 연륜을 갖춘 법조인이 법관으로 임용되고, 그와 같이 임용된 법관이 중도에 사직하지 않고 법원에 애정을 갖고 근무하면서 정년까지 자신들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나가기 위해서는(또한 정년퇴직 전에 개업함으로써 소위 전관 변호사로 활동할 가능성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중견법관의 중도사직을 용인해 온 기존의 법관인사제도를 개선하여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직 법관에 대한 취업제한과 수임제한의 확대가 필요하다.

로스쿨제도와 법조일원화제도의 도입으로 과거 사법연수원 동기들 중에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을 주된 기준으로 법관을 선발하였던 것에서 이제는 다양한 학부 전공과정을 마치고 전국 각지의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 재판연구원, 검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지원자들 중에서 법관이 임명되기에 과거보다 다양성 면에서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 제도하에서도 다양성 증진을 가로막는 새로운 형태의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것이다.

◇법조경력 5년 이상 판사 임용자의 직역별 현황
◇법조경력 5년 이상 판사 임용자의 직역별 현황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2018~2022년) 신규 임용 법관의 법조경력 등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신임 법관 예정자 135명 중 19명(14.1%)이 김앤장 변호사 출신이었으며, 법조계 안팎의 문제 제기에도 특정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법관에 임용되는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고 한다. 김앤장 출신 신임 법관 비중을 살펴보면 2018년 8.3%(3명), 2019년 6.3%(5명), 2020년 7.7%(12명), 2021년 12.2%(19명), 2022년 14.1%(19명)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2022년 신임 법관 예정자 중 7대 대형 로펌(김앤장 · 광장 · 태평양 · 율촌 · 세종 · 화우 · 바른) 출신은 총 50명으로 전체의 37.0%에 달했다. 신규 법관 중 다수가 특정 로펌에서 발탁될 경우 법관의 다양성이 떨어져 재판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재판연구원의 인원제한이 없어지고 3년으로 확대되어 법원에서 상당기간을 근무한 재판연구원들이 대거 경력법관에 임명되어 법조일원화의 취지를 잠식할 우려도 있다. 쏠림현상을 방지하고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비록 우리나라의 법관 1인당 사건 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많은 편이나 근 5년간 법관 1인당 재판 수가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재판기간은 오히려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사건적체와 재판지연이 법조일원화제도의 시행과 직접 관련 있다는 얘기는 없으나, 다만 기존의 직업법관제 하에서는 법관의 평균적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고, 승진과 재임용의 기제를 통해 일응의 경쟁을 기대할 수 있어 업무처리 능률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존재함에 비하여 법조일원화의 경우 신분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보장되고 인사권의 개입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법관의 평균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아 업무처리 능률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 법관이 모든 사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판결문도 상세히 작성하며, 가급적 합의부에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시대에 맞는 목표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사안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변호사들의 서면은 더 길어지고 있고, 기교와 술수는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관이 친절하게 당사자들의 주장들을 다 들어주면서 지혜자로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재판의 중심과 책임이 당사자쪽으로 옮겨져야 한다. 판사의 역할은 수동적인 판단자에서 적극적인 관리자로 변모해야 한다. 정작 재판의 과정에서는 소극적,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다가 최종적인 판결문 작성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판사가 아니라 변호사들과 당사자들로 하여금 쟁점에 집중하도록 하고, 모든 관련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고, 가능한 한 소송을 판결에 이르기 전에 합의를 통해서 종결하도록 관리하는 관리주의적 판사가 필요하다.

법조일원화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것은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법관이 되면 종전에 근무했던 법무법인 내지 기업 등과 관계가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특정로펌 출신 경력법관들이 대거 임명되면서 전 직장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리는 소위 '후관예우'의 우려가 많이 제기된다. 현재 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3년간 전 직장의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직장이 대리하는 사건이라고 해서 우호적인 판결을 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특정로펌에서 근무하다가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후 후에 퇴직하여 다시 그 특정로펌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생긴다면 공정성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므로 경력법관이 퇴직 후 종전 로펌으로 돌아가는 행태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

'좋은 법관', '좋은 재판'에 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할 경우 법조일원화의 장점은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후관예우, 사건적체, 재판지연 등 부작용만 커질 우려가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사법부 구성원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반 법조경력자 임용에서는 지원자격을 5년으로 유지하여 젊은 법조인들의 지원을 활성화하되 긴 경력기간이 임용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평가기준 및 전형방식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고, 법조일원화제도, 평생법관제로 인해 법관의 고령화가 불가피하므로 판사의 역할이 수동적인 판단자에서 주도적인 관리자로 변모할 수 있도록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고 판결문 작성의 간이화 등 재판제도 및 관행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김신유 부장판사=김 부장판사는 먼저 법조일원화 이후 임용된 판사들의 우수한 실무능력과 관련, "검사나 대형 법무법인의 변호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배석판사들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이들의 판결 초고 작성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다고 진술하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부장판사들에 대한 인터뷰 결과, 비록 일부이기는 하나 초임 내지 2년차 배석판사들의 실체법과 절차법에 대한 지식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답변이 있었는데, 법조경력이 오래되었거나 판사 임용 전 민사나 형사 중 한 분야의 업무만을 전담해서 하였던 경력이 있는 배석판사들에게서 이와 같은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는 정반대의 의견도 소개했다.

김 부장은 "판결 선고 전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근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고, 부장판사가 결론을 가르쳐주면 그에 맞춰 판결만 작성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배석판사도 있었다고 한다"며 "물론 판사 즉시 임용제도 하에서도 이러한 배석판사들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나, 실무능력, 나아가 새로운 분야의 업무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법조일원화 이전에 임용된 판사들 사이의 편차보다 이후에 임용된 판사들 사이의 편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답변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판사로서의 소명의식과 관련해서도, "과거 판사 즉시임용제도 하에서는 임용 이후에 비로소 이러한 소명의식을 구체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면, 법조일원화제도 하에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소명의식이 형성된 상태에서 임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대형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다 판사로 임용된 인터뷰 대상자 중에는, 종전에 변호사로서 하던 일에 비해 판사의 업무는 독립적이고 공익적인 측면이 있어서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답변을 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처럼 판사의 업무와 대비되는 종전 소속기관에서의 경험이 판사로서의 소명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는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법조일원화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임 판사가 사법연수원에서의 연수과정이나 일선 법원에 배치된 이후에 자신은 변호사 등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지쳤고, 소위 '워라밸'을 찾기 위해 판사직에 지원해서 임용되었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답변한 사법연수원 교수와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있었고, 임용 전 법조경력이 짧은 판사들보다는 비교적 장기의 경력을 보유한 판사들 중에서 이런 취지로 말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답변도 있었다"며 "목숨 걸고 재판을 한다거나 판사의 업무를 천형에 가깝다고 생각할 것까지는 바라지 못하더라도, '워라밸'을 찾기 위해 판사가 되었다는 사람으로부터 어떠한 소명의식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고 한기택 전 대전고법 부장판사는 중견법관이 된 이후 후배판사들에게 "목숨 걸고 재판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또 "임용 전 법조경력이 비교적 긴 판사들 중에서 일종의 '직장인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답변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도 있었다"며 "주심판사로서 사건에 관하여 부장판사와 견해가 다를 경우 최소한 자신이 왜 그러한 결론을 내렸는지 설명해야 하고, 나아가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부장판사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판사의 기본적 자세인데, 매번 부장판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당황스러웠으며, 판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에둘러 말하였음에도 잘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김 부장은 "이상의 사례들을 일반화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위와 유사한 사례들은 법원 내에서 심심치 않게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고, "특히 임용 전 상대적으로 장기의 법조경력을 보유한 판사들 중에서 위와 같은 사례가 많다는 취지의 답변들을 고려할 때, 과연 장기의 법조경력이라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장기의 법조경력은 풍부한 경륜과 성숙한 인격, 그리고 전문화된 실무능력을 뒷받침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명하복적인 조직문화에 장기간 노출됨에 따른 독자적 판단능력의 약화, 스페셜리스트로서 장기간 전문분야에서만 활동을 한 경험으로 인하여 제너럴리스트인 판사로의 모드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유연한 사고력의 감퇴, 기존 직역에서의 장기간 격무로 인한 신체적 ·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 등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기존의 판사 즉시임용제도가 더 이상 대국민 사법서비스의 질적 향상 및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를 위해 기능하지 못한다는 국민적 합의 하에 도입된 법조일원화와 관련하여, 법원은 그 배경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의무가 있다"며 "이미 완성된 인재들을 다수 뽑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동인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없다면, 완성된 인재들뿐만 아니라 아직 덜 완성된 상태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젊은 인재를 뽑아서 법원에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필자를 비롯한 많은 판사들이 10년 이상의 고연차 경력자들로만 판사 임용이 이루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추상적인 엘리트주의나 순혈주의가 아니라 재판업무 처리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문제점들에 기반한 실체적인 문제 제기"라며 "만약 판사 처우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10년 이상의 고연차 경력자들로만 판사를 임용해야 한다면, 법원으로서는 매년 필요한 정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적은 수의 판사만을 임용할 수 있거나 아니면 법관으로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선발 인원을 채우기 위해 할 수 없이 일단 임용을 해야 하는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어느 쪽이든 대국민 사법서비스의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갈파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어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