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위임장 안 낸 변호사의 '조정 갈음 결정' 이의신청도 이후 추인됐으면 유효"
[민사] "위임장 안 낸 변호사의 '조정 갈음 결정' 이의신청도 이후 추인됐으면 유효"
  • 기사출고 2023.08.0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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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소송종료 선언'한 원심 파기환송

미혼 여성인 A는 2018년 6월경 B가 대표자로 있는 법인에 입사하면서 B를 알게 되었다. B는 A가 입사하고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부터 A에게 자신이 이혼했다고 말하면서 구애했고, A와 B는 사적으로 만나며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A는 2019년 4월경 B가 이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무렵 B와 헤어지면서 B의 부인에게 자신과 B의 관계를 폭로했다.

B는 A가 부인에게 자신과 사귀다 헤어진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2019년 7월 26일 10시 26분쯤 A에게 '남의 가정 피눈물 나게 만들어 놓은 넌 내가 가만…'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2019년 7월 27일 오후 1시 56분쯤 '미친년 넌 내가 죽여 버릴거야'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B는 A를 협박한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다.

B는 또 두 달 뒤인 10월 21일 오전 10시 50분쯤 A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 찾아가 A가 자신의 부인에게 자신과의 교제 사실을 알린 것에 불만을 품고 다른 사람 4명이 있는 자리에서 A에게, "XXX아, 너는 여기서 일이 되냐, 너는 가정 파탄범이다"라고 말해, 모욕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다. A는 B를 상대로 협박과 모욕, 법률상 배우자가 있으면서 이혼하였다고 거짓말하여 성관계를 가진,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A가 B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는 항소심이 진행되던 2022년 7월 조정에 회부되어 8월 11일 항소심 재판부가 "B는 A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정본은 8월 18일 A의 소송대리인에게, B의 소송대리인에게는 이틀 전인 8월 16일 송달되었다. 그런데 B의 소송대리인은 8월 26일 사임서를 제출했고, A는 이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의신청 기간 내인 8월 30일 'B 소송대리인 변호사 C' 명의로 이의신청서가 제출되었으나, 소송위임장은 제출되지 않았다. C변호사는 수개월 뒤인 11월 23일 항소심 재판부에 B의 소송대리인으로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 이의신청서는 피고 본인 또는 그로부터 권한을 수여받았거나 조정담당판사로부터 허가를 받은 대리인이 제출한 것이 아니어서 적법한 이의신청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당사자에게 송달된 날부터 2주일이 지난 2022. 9. 2. 확정되었으며, 이 사건 소송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됨으로써 취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소송종료를 선언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그러나 7월 13일 "소송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다225146).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97조에 의하여 소송대리인에게 준용되는 같은 법 제60조에 의하면 소송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의 소송행위는 후에 당사자본인이나 보정된 소송대리인이 그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행위 시에 소급하여 그 효력을 갖게 되고(대법원 94누13343 판결 등 참조), 이는 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관한 이의신청을 한 후 당사자본인이나 보정된 대리인이 이의신청 행위를 추인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결정(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 내에 대리인 C 명의의 이의신청서가 제출되었고, 이에 대한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 2022. 11. 23. C에 대한 소송위임장이 제출되었으며, 그 소송대리인은 이의신청이 적법한 것을 전제로 원심에서 2023. 1. 19.자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2023. 1. 31. 변론기일에서 항소장 및 위 준비서면을 진술하는 등 소송행위를 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당초 대리인에게 적법한 이의신청 대리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의신청에 대한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 피고의 소송대리인 선임행위 및 그 소송대리인의 행위에 의하여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추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의신청은 행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갖게 되었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소송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