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합의해 미룬 날까지 퇴직금 안 줬으면 형사처벌 대상"
[노동] "합의해 미룬 날까지 퇴직금 안 줬으면 형사처벌 대상"
  • 기사출고 2023.08.0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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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지급기일 연장 가능하나, 형사책임까지 배제 아니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9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44조 1호는 '9조를 위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와 퇴직금 지급기일을 연장하기로 합의하고 연장한 날짜까지 퇴직금을 주지 않은 경우 퇴직급여법 9조 위반죄가 성립할까.

서울 강동구에서 상시근로자 8명을 사용해 세탁소를 운영하는 A(60)씨는, 2005년 10월 4일부터 2021년 5월 28일까지 약 15년간 근무하다가 퇴직한 B씨의 퇴직금 2,9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의 퇴직일에 B씨와 퇴직금 중 일부는 2021. 6. 16.까지 지급하고 나머지는 그 이후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나, 2021. 6. 16.까지 B씨에게 퇴직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 규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와 퇴직금의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하였다면, 그 후 사용자가 연장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A씨의 B씨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7월 13일 원심을 깨고, B씨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은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188).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5도8364 등)을 인용, "금품청산의무에 대한 퇴직급여법 제9조 본문은 근로자가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을 조속히 지급받지 못한다면 금품을 받기 위하여 사업장에 남아 있는 등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예속되기 쉽고 또한, 근로자 및 근로자가족의 생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므로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려는 취지"라고 전제하고, "퇴직급여법 제9조의 문언과 형식, 취지에 비추어 보면,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고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용자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사용자가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에 따라 퇴직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하였더라도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면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며 "피고인은 B에게 합의에 따라 연장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