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역량 부족' 중소기업은행 지점장 카드사업부 전보 유효
[노동] '역량 부족' 중소기업은행 지점장 카드사업부 전보 유효
  • 기사출고 2023.08.0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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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지점 직원들 사기 진작 위해 지점장 전보 필요"

중소기업은행이 역량이 부족한 지점장을 다른 지점의 카드사업부 업무추진역으로 전보명령한 것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A는 1990년 1월 중소기업은행에 입사해 2017년 7월 B지점의 지점장(부점장급, 3급)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다가, 2018년 7월 전보명령을 받아 서울 영등포에 있는 다른 지점의 카드사업부에서 업무추진역으로 일반재산조사, 카드채권 상각심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A는 전보는 무효라며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먼저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 내용 ·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12752 판결 등 참조)"고 지적하고, "사용자가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지점장으로서의 역량과 리더십이 부족하였고, 그로 인하여 B지점의 근무분위기가 크게 저하되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로서는 B지점 직원들의 근무분위기를 쇄신하고 직원들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하여 이 사건 전보명령을 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일부 생활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전보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생활상의 불이익은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서 수인해야 하는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따라서 전보명령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유효하므로, 전보명령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A는 B지점의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특정지역(전라도)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그 지역 출신 직원과 고객을 차별했으며, 지점의 경영과 무관하게 불필요한 개인의 정치성향을 지나치게 드러내어 직원들을 불편하게 했다. 또 A는 직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하였을 뿐만 아니라 권위적인 태도로 직원들을 관리하여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A는 "나는 인천 출신이라 경상도 지역에는 인맥이 없어 섭외와 영업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으로 고객 섭외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반면, 직원들에게는 고객 섭외 등에 관하여 압박을 가했다. 1심 재판부는 또 "원고는 고객들과의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하여 일부 고객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같은 이유로 일부 고객들과 마찰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고, 고객들 중에서는 원고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전보명령으로 인하여 원고보다 연차가 낮은 팀장의 결재를 받게 되었고, 20.2% 감소된 급여를 지급받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입었으나, 원고의 보직이 지점장에서 업무추진역으로 변경되었을 뿐 직급에는 변동이 없었고, 임금이 20.2% 감소되었으나, 기본급이 아닌 직무수당이 감소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전보명령에 앞서 원고에게 후선배치사유 등을 설명하거나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전보명령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인용해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A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도 7월 13일 A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0다253744).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6두44162 등)을 인용,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 내용 ·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다만,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등을 할 수 없는데(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해당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처분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때 업무상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며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처분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전직처분 등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고,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이유의 유무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세종이 1심부터 중소기업은행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