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6월 29일 회사가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설치한 CCTV 카메라 51대에 4차례에 걸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웠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국금속노조 타타대우상용차지회노조 지회장과 조직부장, 후생부장에 대한 상고심(2018도1917)에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근로자들의 작업 모습이 찍히는 일부 CCTV 관련 부분은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타타대우상용차는 2013년 12월과 2014년 5월경 자재를 도난당하는 피해를 입고, 2014년 3월과 2015년 5월경 일부 공장 외벽 등에 화재가 발생하자, 2015년 8월경 시설물 안전, 화재 감시 등을 이유로 공장 외곽 울타리와 출입문, 출고장 등 주요 시설물에 CCTV 카메라 51대를 설치하는 공사를 시작, 같은 해 10월 말 설치공사를 완료했다. 타타대우상용차는 CCTV 카메라 설치에 관하여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거나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타타대우상용차는 2015년 10월 말 3, 4회에 걸쳐 타타대우상용차지회노조 측과 CCTV의 운영방안, 구체적인 각도 조정 등에 관한 실무적인 의견 조율을 시도했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2015년 11월 5일 CCTV 설치와 운영 지침을 만들어 회사 소식지를 통해 공지하면서 11월 26일부터 시험가동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피고인들이 11월 12일 CCTV 카메라 51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웠다.
회사는 5일 후 비닐봉지를 제거하고 시험운전을 시작했다. 노조는 2015년 12월 2일 근로자 중 1,026명의 서명을 받아 CCTV 설치와 운영에 반대한다는 항의문을 보냈다. 피고인들은 12월 18일 다시 CCTV 카메라 51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웠다. 회사는 보름여 후인 12월 23일 비닐봉지를 제거하고 12월 24일 정식으로 CCTV의 작동을 시작한 후 이를 회사 게시판에 공지했다. 피고인들은 12월 28일 근로자들의 작업 모습이 찍히는 CCTV 카메라 12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웠다. 그 무렵 회사가 노조에 영상기록을 보관하는 곳의 열쇠 2개 중 1개를 노조에서 보관하고 카메라 2대를 철거하는 등의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이후 노조와의 협의가 결렬되었다. 피고인들은 2016년 1월 4일 다시 근로자들의 작업 모습이 찍히는 CCTV 카메라 14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웠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모두 4차례에 걸쳐 CCTV 카메라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CCTV 카메라 51대 중 32대는 공장부지의 외곽 울타리를 따라 설치된 것으로, 울타리를 중심으로 공장부지 외부와 내부를 함께 찍고, 막대 고정형이어서 회전이나 줌 기능은 없다. 나머지 19대는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16대)과 출입구(3대)에 설치된 것으로,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을 촬영하는 16대의 경우 근로자들의 직 · 간접적인 근로 현장이 촬영대상에 포함되고,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 근로자들의 출퇴근 장면을 촬영하며, 줌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작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을 아는 경우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개인영상정보가 수집된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각 행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인정하자 피고인들이 상고했다.
대법원도 "타타대우상용차의 CCTV의 설치 및 운영을 통한 시설물 관리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에 해당한다"며 "피고인들의 각 행위는 CCTV 카메라의 촬영을 불가능하게 하는 물적 상태를 만든 것으로 위력에 해당하고,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할 위험성도 인정되므로,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는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라는 정당한 이익을 위하여 CCTV를 설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비록 그 설치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동의 절차나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업무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피고인들의 2015년 12월 28일과 2016년 1월 4일 근로자들의 작업 모습이 찍히는 CCTV 26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운 행위는 형법 20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대법원은 "CCTV 카메라 중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16대와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를 위하여 설치된 것으로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①다수 근로자들의 직 · 간접적인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어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가 다수인 점, ②직 · 간접적인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당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③CCTV 설치공사를 시작할 당시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던 점, ④회사가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주간에는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나아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14호는 노사협의회가 협의하여야 할 사항으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규정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 감시 설비'라 함은 사업장 내에 설치되어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갖는 설비를 의미하고, 설치의 주된 목적이 근로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따라서 위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 정한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2015년 12월 28일과 2016년 1월 4일 행위는 위와 같이 위법한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 피해자의 시설물 보호를 방해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들은 CCTV 카메라 자체를 떼어내거나 훼손하지 않고,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임시적으로 촬영을 방해한 것에 불과하고, 이런 임시조치를 통하여 부당한 침해에 대응하는 한편, 회사와 협의를 계속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할 수 있다"며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다만, 2015년 11월 12일과 12월 18일 행위에 대해선, "회사가 CCTV를 작동시키지 않았거나 시험가동만 한 상태였으므로 근로자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이 공장부지의 외곽 울타리를 따라 설치되어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보기 어려운 32대의 카메라를 포함하여 전체 CCTV의 설치 및 운영을 중단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위 32대의 카메라에까지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웠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