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실제 사는 주소로 공소장 부본 등 송달 안 하고 궐석재판 진행 잘못"
[형사] "실제 사는 주소로 공소장 부본 등 송달 안 하고 궐석재판 진행 잘못"
  • 기사출고 2023.07.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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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소장, 각서에 기재된 다른 주소 간과"

공소장에 피고인의 주민등록상 주소 외에 실제 살고 있는 주소가 기재되어 있는데도 이곳으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지 않고 공시송달 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을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6월 1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3도3977)에서 이같이 판시,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자신이 자주 이용하는 고양시 일산서구에 있는 담배소매점 운영자 B씨에게 2020년 3월 10일경 "나에게 돈을 빌려주면 3일 이내에 15%를 계산해서 지급하겠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차를 잡아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B씨로부터 700만원을 송금받고, 이어 사흘 후인 3월 13일경부터 16일경까지 휴대전화로 B씨에게 "물건이 더 있다. 돈을 더 빌려줄 수 있냐. 금괴를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돈을 빌려 달라. 이번 주에 꼭 갚겠다. 담보 건이 나온다. 금방 드린다"고 거짓말하면서 금괴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해 세 차례에 걸쳐 3,600만원을 추가로 송금받아 B씨로부터 모두 4,3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공소장 부본을 비롯한 모든 소송서류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고 A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A씨는 기한 내에 항소하지 않아 항소권을 잃었고 2021년 11월 30일 수감되었다. A씨는 수감되면서 1심판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며 상소권회복을 청구함과 동시에 항소를 제기, 제1심법원으로 상소권 회복을 받고 석방되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인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으로 공소장 부본과 소송기록접수통지서 등을 발송했으나 송달불능 되었다. 검사는 A씨의 주소를 보정했는데, 보정된 주소도 위 주민등록상 주소와 동일한 주소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양경찰서에 위 주소로 A씨에 대한 소재탐지를 촉탁했으나, 고양경찰서로부터 '위 주소에 거주하는 A씨의 아버지부터 A씨를 10년 동안 보지 못했으며 연락도 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들었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A씨를 소환한 후 2022년 11월 22일 제1회 공판기일에 A씨가 출석하지 않자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A씨를 다시 소환하였고, 제2회 공판기일에도 A씨가 출석하지 않자 A씨의 출석 없이 개정하여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변론을 종결하고, 2023년 1월 10일 제3회 공판기일에서 A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공소장에는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 외에 주거로 '고양시 덕양구 B'가 기재되어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위 주거지에 살고 있다고 진술했고, 2020. 5. 2. 위 주거지 앞에서 체포된 적도 있다. 또 기록상 A씨가 작성한 각서에 A씨의 주소로 '고양시 덕양구 B'가 기재되어 있는데도 주민등록상 주소로만 서류를 발송하고 소재탐지를 했다가 A씨에게 전달되지 않자 1심과 똑같이 공시송달을 통해 판결을 선고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A씨는 2023년 2월 16일 다시 수감되자 이튿날인 2월 17일 상소권회복을 청구함과 동시에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형사소송법 제370조, 제276조에 의하면,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개정하지 못하고, 다만 같은 법 제365조에 의하면, 피고인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이와 같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적법한 공판기일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하지 아니할 것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한하여 할 수 있으므로, 기록에 나타나는 피고인의 주거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 제365조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공시송달결정을 하기 전에 기록에서 확인되는 피고인의 주소로 송달하거나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여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하여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한 원심에는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 제365조를 위반하여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