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에 범죄 예방 · 방지도 중요"
"경제 살리기에 범죄 예방 · 방지도 중요"
  • 기사출고 2008.03.1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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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범죄예방 노력…정해창 범죄방지재단 이사장"범죄기회 갖지 못하게 감시하는게 범죄예방 지름길"
"범죄의 예방과 방지도 경제 살리기의 중요한 밑바탕이 됩니다."

◇정해창 이사장
올해로 15년째 한국범죄방지재단을 이끌고 있는 정해창 이사장은 "경제와 범죄와의 상관관계가 매우 밀접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살리기'는 2월 25일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다.

"범죄가 빈발하면 사회 안정을 해치고 나아가 경제 활동도 위축됩니다. 경제 활동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투자를 비롯한 모든 경제 행위가 활성화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 이사장은 "노사 갈등, 부정부패, 인허가 비리, 입찰 비리, 화이트칼라 범죄 등 수많은 요인들이 경제 발전을 직접적으로 저해한다"고 지적하고, "공직 부패가 경제 개발의 큰 장애 요인이라는 인식이 높아져 유엔 등 국제기구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급속도의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도 부정부패 대책 마련을 위해 일본과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 돈 들여 재단 설립

한국범죄방지재단은 정 이사장이 법무부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공직을 마친 후인 1994년 개인 돈 1억원을 내고, 뜻을 함께 하는 지인들의 찬조를 받아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세미나를 열고 학회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초지일관 범죄방지 활동을 펴 오고 있다.

정 이사장은 "재단이 범죄방지에 계량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왔다는 데 나름 의미를 두고 싶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조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04년 재단 설립 10주년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정 이사장은 재단의 활동에 대해 낙제를 면하는 60점은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범죄 방지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킨 점에 대해서만은 성과를 강조했다.

"이같은 활동이 대부분 그렇듯이 별로 빛이 나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재단을 출범시키면서 회원들이 먼저 범죄에 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범죄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 스스로 범죄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이기도 한 정 이사장은 그러면서 "범죄인들도 어쩔 수 없이 우리와 더불어 살아야 할 사람이라는 점을 우리 사회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재단은 '범죄 없는 사회, 범죄 없는 번영에 기여한다'는 목표로 설립됐다고 한다. 범죄 예방과 범죄 방지가 주된 임무다. 그러나 범죄를 없앤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정 이사장은 "다만, 노력 여하에 따라 범죄를 수적으로 줄이는 것, 질적으로 해악이 적도록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줄리아니의 순찰 강화 주효

범죄예방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정 이사장이 생각하는 범죄방지 대책은 복합적이다.

범죄가 워낙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란다.

그는 "무엇보다도 감시와 교육, 그리고 범죄를 범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범죄가 감시가 없는 기회에 발생하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감시를 하는 것이 범죄 방지의 지름길이고, 가장 직접적이고 대증적인 예방법이라는 것이다.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고 우범지대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함은 물론 CCTV 등 다양한 감시 기능을 통해 범행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시민들이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든가 도시 계획을 하면서 감시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는 것도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라고 지적했다.

그는 범죄의 소굴 같다던 미국 뉴욕에서 범죄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줄리아니 시장이 경찰에 의한 순찰을 강화하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고 예를 들었다.

또 범죄를 범하지 않아도 되도록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사회정책이나 부정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그의 지론. '범죄에 대한 응징'은 범죄예방의 마지막 수단으로 꼽았다.

약물범죄 적고, 청소년 범죄 줄어

정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범죄 수준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시화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범죄는 늘게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괜찮은 편이라는 것이다.

"우선 약물범죄가 다른 나라보다 적습니다. 청소년 범죄가 청소년 인구의 감소에 의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는 또 "사이버 범죄가 늘고 있지만, 그 대책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선진화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앞서 있다"며, "형사정책연구원이 유엔 사이버범죄 분과위원회 회의를 주도한 적이 있을 만큼 국제적으로도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이사장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점이 있다면, 기초 질서 지키기가 뒤떨어지고 폭력에 호소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으며, 경찰에 대한 저항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이라며,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 이재명 편집위원(jaiming@korea.com) ㅣ사진 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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