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계약서에 다른 주소 있는데 소장에 적힌 주소로 우편송달 후 항소취하 판결 잘못"
[민사] "계약서에 다른 주소 있는데 소장에 적힌 주소로 우편송달 후 항소취하 판결 잘못"
  • 기사출고 2023.06.0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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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적법한 송달장소 아니어 항소취하 효과 불발생"

법원이 증거로 제출된 투자약정계약서에 피고의 다른 주소가 기재되어 있는데도 원고가 소장에 적은 피고의 주소로 소송서류를 우편송달한 후 피고가 변론기일에 2차례 불출석했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취하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장에 적힌 주소가 피고의 생활근거지로서 적법한 송달장소라고 단정할 수 없어 우편송달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5월 18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유치권부존재확인소송의 상고심(2023다204224)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의 항소취하간주로 소송이 종료되었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4월 26일 B씨를 상대로 이 소송을 내면서 소장에 B씨의 주소를 '경남 창녕군 덕곡리'로 기재하였고, 1심 재판부가 이 주소로 소장 부본 등을 송달, 우편집배원이 2차례 이 주소로 방문했으나 모두 폐문부재를 이유로 송달이 되지 않았다. 이후 B씨가 같은 해 5월 4일 집배실을 방문하여 소장 부본 등을 수령함으로써 송달이 이루어졌다. 이후 B씨가 소송대리인을 선임, 모든 소송서류가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되었을 뿐 B씨에게는 송달되지 않았다.

B씨가 1심에서 전부 패소하자, B씨의 1심 소송대리인은 항소하면서 항소장에 B씨의 주소로 위 덕곡리 주소를 기재했다. B씨는 항소 제기 당시 별도의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에 대한 석명준비명령, 1차 변론기일통지서, 2차 변론기일통지서 등의 소송서류를 덕곡리 주소로 각 송달했으나 모두 폐문부재를 이유로 송달불능 되자, 위 소송서류를 이 주소로 각 우편송달했다.

B씨는 항소심 제1, 2차 변론기일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고, A씨의 소송대리인은 제1차 변론기일에 출석했지만 변론하지 않았다. A씨와 A씨의 소송대리인은 제2차 변론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B씨는 1심을 대리했던 변호사를 항소심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 후, 제2차 변론기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2022년 11월 2일 항소심 재판부에 소송위임장과 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건은 민사소송법 제268조 제4항, 제2항에 따라 법원의 제2차 변론기일로부터 1월이 경과한 2022. 10. 18. 피고의 항소취하간주로 종료되었고, 피고의 2022. 11. 2.자 변론기일지정신청서는 2회 쌍방 불출석 후 1월이 경과한 이후에 제출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소취하간주의 효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소송종료를 선언하자 B씨가 덕곡리 주소는 생활근거지로서 소송서류를 받아 볼 가능성이 있는 적법한 송달장소가 아니라며 상고했다. A씨가 1심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투자약정계약서에는 B씨의 주소가 부산 동래구의 한 맨션으로 기재되어 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187조에 따른 우편송달은 송달받을 자의 주소 등 송달하여야 할 장소는 밝혀져 있으나 송달받을 자는 물론이고 그 사무원, 고용인, 동거인 등 보충송달을 받을 사람도 없거나 부재하여서 원칙적 송달방법인 교부송달은 물론이고 민사소송법 제186조에 의한 보충송달과 유치송달도 할 수 없는 경우에 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에서 송달하여야 할 장소란 실제 송달받을 자의 생활근거지가 되는 주소 · 거소 · 영업소 또는 사무소 등 송달받을 자가 소송서류를 받아 볼 가능성이 있는 적법한 송달장소를 말하는 것(대법원 2009마1029 결정, 대법원 2020다216462 판결 참조)"이라고 전제하고, "덕곡리 주소가 피고의 생활근거지로서 소송서류를 받아 볼 가능성이 있는 적법한 송달장소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민사소송법 제187조의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에 대한 변론기일통지서의 우편송달이 적법하다는 전제에서 피고가 제1,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고, 제2차 변론기일로부터 1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소는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었다고 판단하였다"며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우편송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민사소송법 268조에 의하면, 양 쪽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출석하였다 하더라도 변론하지 아니한 때에는 재판장은 다시 변론기일을 정하여 양 쪽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1항), 새 변론기일 또는 그 뒤에 열린 변론기일에 양 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출석하였다 하더라도 변론하지 아니한 때에는 1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아니하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며(2항), 위 조항은 상소심의 소송절차에도 준용되어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지면 상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4항).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96므1380)을 인용, "위 2항에서 정한 1월의 기일지정신청기간은 불변기간이 아니어서 그 추후보완이 허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위 1, 2항에서 규정하는 '변론기일에 양 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때'란 양 쪽 당사자가 적법한 절차에 의한 송달을 받고도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므로, 변론기일의 송달절차가 적법하지 아니한 이상 비록 그 변론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2항 및 4항에 따라 소 또는 상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