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으로 내야 할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해 사건이 관할법원으로 이송된 뒤 소를 행정소송으로 변경했더라도 '제소기간 준수' 여부는 처음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월 17일 하남시 공공주택사업지구 안에 있는 토지에서 건축자재 판매업을 영위한 A씨가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두44425)에서 이같이 판시, 소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6년경 공공주택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된 자들을 대상으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안내를 했는데, 위 안내문에는 유의사항으로 '공장이주대책용 용지는 생활대책 용지와 중복 공급되지 않는다는 내용과 이중신청,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확정되었거나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확정된 이후에도 자격미달, 신청서류의 하자 등으로 결격사유가 발생할 경우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A씨는 2016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공장이주대책 신청을 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2017년 4월 이루어진 공장이주대책용지 추첨에서 떨어졌다. A씨는 2017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공공주택사업에 관한 생활대책 신청을 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A씨에게 생활대책 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했다. 그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생활대책 대상자로 선정된 자들로 구성된 조합에 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고, 생활대책 대상자는 조합을 통해 권리를 행사해야 함을 알리는 내용의 생활대책용지 공급공고를 했다. 이에 따라 생활대책 대상 선정자들로 구성된 비법인사단인이 설립되었으며, A씨는 2018년 12월 이 비법인사단에 가입했다. 이 비법인사단은 2018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하남시에 있는 대지 1,472㎡에 대해 생활대책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A씨에 대한 위 생활대책 대상자 선정 통보 이후인 2018년 11월 A씨를 포함한 공장이주대책용지 추첨에서 낙첨된 자들을 대상자로 한 공장이주대책 공급공고를 했는데, A씨는 2018년 12월 공장이주대책용지 추첨에서 당첨되었다. A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하남시 대지 510㎡에 관하여 매매대금을 13억 2,090만원으로 하는 공장이주대책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계약금으로 1억 3,209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19년 1월 A씨에게 'A씨가 생활대책과 공장이주대책에 중복으로 선정되었고, 이는 계약 체결 후 분양대상자 선정조건 불비 등 자격요건 미비나 허위사실이 발견된 경우로서 계약해제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로 통보하고, A씨 앞으로 계약금 1억 3,209만원을 공탁하자, A씨가 2019년 2월 26일 서울동부지법에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매매계약 해제가 부적법함을 이유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동부지법은 그러나 2019년 3월 토지관할 위반을 이유로 사건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 이송했는데, 사건을 이송받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2019년 6월 28일 A씨의 청구는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취지로서 이는 행정소송에 속한다는 이유로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행정부로 다시 이송했다. A씨는 2019년 7월 18일 주위적으로는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예비적으로 위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했다.
재판에선 제소기간 준수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행정처분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처분 등이 발생한 날부터 1년이다(행정소송법 제20조).
또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은 '행정소송에 관하여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법원조직법과 민사소송법 및 민사집행법의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40조 제1항은 '이송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소송은 처음부터 이송받은 법원에 계속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행정소송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37조, 제42조, 제14조 제4항은 행정소송 사이의 소 변경이 있는 경우 처음 소를 제기한 때에 변경된 청구에 관한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규정 내용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할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한 경우에 수소법원이 그 항고소송에 대한 관할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여 관할법원에 이송하는 결정을 하였고, 그 이송결정이 확정된 후 원고가 항고소송으로 소 변경을 하였다면, 그 항고소송에 대한 제소기간의 준수 여부는 원칙적으로 처음에 소를 제기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다카198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1두20321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장이주대책용지의 공급대상자로 선정된 원고는 피고로부터 2019. 1. 16.자로 공장이주대책용지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행정처분인 이 사건 처분을 통보받고 2019. 2. 26. 이를 다투는 취지의 소를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하였다. 이후 소가 행정소송에 해당하여 관할위반이라는 이유로 관할법원으로 이송하는 결정이 확정된 다음, 원고는 주위적으로 처분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으로 소 변경을 하였다"며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소 중 상고심 심판대상인 예비적 청구 부분은 처음에 소가 제기된 2019. 2. 26.에 제기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결국 제소기간 내에 적법하게 제기되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항고소송에 대한 제소기간의 준수 여부는 원칙적으로 처음에 소를 제기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며 "종래 판결들은 대법원이 명시적 판시 없이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는 판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