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공사 담합' 대우건설 등 6개사, 설계보상비 반환하라
[공정]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공사 담합' 대우건설 등 6개사, 설계보상비 반환하라
  • 기사출고 2022.05.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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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사계약 당사자 아닌 수요기관도 손배청구 가능"

2008년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공사에서 입찰 담합을 벌인 대우건설 등 6개 건설사가 부산교통공사로부터 지급받은 설계보상비 15억여원을 반환하게 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월 31일 부산교통공사가 "입찰 담합행위를 했으니 지급받은 설계보상비를 반환하라"며 대우건설과 한창이엔씨(전 한창건업), 금호산업, 혜도종합토건, SK에코플랜트(전 SK건설), 삼미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247145)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정부법무공단이 부산교통공사를 대리했다. 대우건설과 한창이엔씨는 법무법인 지평, 금호산업, 혜도종합토건은 김앤장, SK에코플랜트와 삼미건설은 법무법인 동인이 대리했다. 

피고들은, 조달청장이 2008년 12월 수요기관인 부산교통공사의 요청으로 공고한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다대선) 턴키공사 중 1, 2, 4공구의 설계 · 시공 일괄입찰에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각 참가하기로 하면서 현대건설 공동수급체와 한진중공업 공동수급체, 코오롱글로벌 공동수급체가 각 낙찰받을 수 있도록 미리 합의된 입찰가격에 따라 형식적으로만 참가하기로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과 합의했다. 위 합의에 따라 피고들로 구성된 각 공동수급체가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결과 현대건설 공동수급체가 1공구, 한진중공업 공동수급체가 2공구, 코오롱글로벌 공동수급체가 4공구의 낙찰자로 결정돼 부산교통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부산교통공사는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은 피고들의 청구에 따라 2009년 6월 각 공동수급체의 대표사인 대우건설에 5억 5,100여만원, 금호산업에 4억 7,200여만원, SK에코플랜트에 5억 1,900여만원 등 각 설계보상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4월 피고들의 위와 같은 각 들러리 입찰 참가 합의 등이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과 대우건설, 금호산업, SK에코플랜트에 시정명령과 모두 12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부산교통공사가 설계보상비를 반환하라며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들에게 부산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설계보상비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부산교통공사의 청구를 기각하자 부산교통공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요청조달계약에서의 수요기관의 지위, 관련 법령 규정의 문언과 내용, 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공사계약을 체결하기 위해「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설계 · 시공 일괄입찰을 실시하면서 입찰에 참가한 자와 사이에서 입찰에 참가한 자가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으면 수요기관으로 하여금 설계비 일부를 보상하도록 하는 약정을 하고, 이에 따라 수요기관이 자신의 명의와 출연으로 그들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요기관은 공사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수익자로서 조달청장과는 독립된 지위에서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수요기관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수요기관은 불법행위자들에게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입찰공고의 입찰안내서에 포함된 공사입찰유의서와 일괄공사 등의 공사입찰특별유의서는 입찰담합을 입찰 무효사유로 정하면서 입찰 무효사유가 있으면 설계보상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이미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았다면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도, 피고들은 담합행위를 한 다음 이러한 사정을 숨긴 채 원고에게 설계보상비 지급을 요청하여 원고로부터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았다"고 지적하고, "피고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특별유의서의 관련 규정 내용 및 입찰 과정 등 기록에 나타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를 알았더라면 피고들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원고는 이로 인하여 피고들에게 지급한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이러한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원고가 조달청이 속한 대한민국과 내부적 관계에서 대한민국이 지급할 설계보상비를 대신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주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 입찰에서의 설계보상비에 관하여 조달청장에게 최종적인 지급의무가 있다거나 원고와 조달청장 사이에 내부적으로 그 의무의 분담 및 구상 관계에 관하여 정한 규정은 없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