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시행된 이래 가장 전면적으로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법률 제17799호, 이하 "공정거래법")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1. 12. 30.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때를 맞추어 공정거래법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위임사항과 대기업집단 시책 시행과정에서 파악된 제도 개선사항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영 제32274호) 및 관련 세부사항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시행규칙 총 47개의 제 · 개정도 이루어졌다.
본고에서는 그중 공정거래법 시행령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법에서 위임한 사항과 제도 개선 사항을 구분하여 소개하고, 실무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덧붙여본다.
개정법 위임사항
(1)거래금액 기반 기업결합 신고기준 구체화
공정거래법은 피인수기업의 국내 매출액과 자산총액 등이 현행 신고기준에 미달하더라도("소규모피취득회사") 거래금액이 일정수준 이상이면서 피취득회사가 국내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기업결합을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하면서, 그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하였다(법 제11조 제2항).
거래금액 6,000억원 이상으로 규정
이에 따라 개정된 시행령은, 해당 거래금액 수준을 6,000억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동시에 당해 소규모피취득회사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1)기업결합 신고일 기준 직전 3년간 국내시장에서 월간 100만명 이상에게 상품 · 용역을 판매 · 제공하거나, (2)직전 3년간 국내 연구개발 시설을 임차하거나 연구 인력을 활용하여 왔으며 관련 예산이 연간 300억원 이상인 적이 있는 경우, (3)그 외 (1), (2)에 준하여 공정위가 고시하는 경우에 기업결합신고를 하도록 규정하였다(시행령 제19조).
과거에는 거래규모가 크고 해외에서 관심을 받은 주요 거래라고 해도, 인수 대상 기업의 국내 매출과 자산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공정위에 대한 기업결합신고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에 따라서는 비록 국내에서는 매출과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도 국내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거나 가질 수 있는 경우가 있고, 특히 디지털 시장의 경우에 그러하다. 이번 개정은 세계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주요한 거래들에 대해 공정위가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승인여부를 판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이를 통해 잠재적 시장경쟁을 제거하기 위한 기업결합(killer acquisition)에도 대응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위와 같은 입법 목적과 우리나라 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관련된 거래금액의 수준을 어떻게 설정,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오랜 검토가 필요했는데, 가령 우리나라보다 앞서 거래금액기준을 도입하고 있었던 미국의 경우 매년 FTC에서 GNP(gross national product) 변경 상황을 토대로 그 기준을 수정하여 발표하고 있는 점도 고려되었으나, 현단계에서는 종래의 기업결합신고기준인 거래당사자 일방의 자산 또는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의 2배 규모로, 일단은 시행령에 기준금액을 설정함으로써 법적안정성을 가지면서 시행 경과를 지켜보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2)정보교환 담합 금지규정 적용대상 정보 구체화
정보교환 담합, 즉, 가격, 생산량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담합의 유형으로 규정됨과 동시에, 법에서 정한 유형의 담합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에는 담합을 법률상 추정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되었다(법 제40조 제1항 제9호). 이에 시행령은 그 적용대상이 되는 정보를 (1)상품/용역 원가, (2)출고량/재고량/판매량, (3)상품/용역 거래조건 또는 대금/대가 지급조건으로 규정하였다(시행령 제44조 제2항).
한편 공정위는 "사업자 간 정보교환이 개입된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지침"(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21-33호, 2021. 12. 28., 제정. 이하 "정보교환 심사지침")을 통하여, "거래조건 및 지급조건의 구체적 의미는 『공동행위 심사기준』 Ⅳ.2.에 준한다"고 규정함과 동시에 정보교환 심사지침에 규정되지 않은 내용은 공동행위 심사기준을 준용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하여 공정위는 정보교환 담합의 규율 대상인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는데, 가령 "'거래조건'이란 위탁수수료, 출하장려금, 판매장려금 등의 수준, 무료 상품 · 서비스 제공 여부, 특정 유형의 소비자에 대한 상품 · 서비스 공급방식, 운송조건 등과 같이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와 관련된 조건"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사업자간 정보교환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를 종합하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공동행위와 관련된 시행규칙은 8개 전부가 이번에 법 개정에 발맞추어 제개정되었다는 점에서도 주의를 둘 만하다.
(3)자진신고 감면 취소사유 구체화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공동행위를 자진신고하여 과징금 감면 등 혜택을 받은 자가 재판과정에서는 조사과정과는 다른 진술하는 경우 등에는 감면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구체적인 취소사유를 시행령에 위임하였다(법 제44조 제3항). 이에 따라 시행령은 그 취소사유를 (1)중요 진술 · 제출자료를 재판 과정에서 부정하는 경우, (2)거짓자료를 제출한 경우, (3)재판에서 공동행위에 관한 사실을 진술하지 않는 경우, (4)법정 불출석, (5)자진신고한 공동행위 사실을 부인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로 구체화하였다(시행령 제51조 제3항).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진신고를 하게 되면 해당 지위를 끝까지 인정받기 위하여 공정위 조사 과정은 물론 추후 법원소송 단계에서까지 자진신고된 내용과 일관된 입장을 취할 구체적인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있어서 신중한 사전검토에 따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카르텔 형벌감면제도 도입
한편 2020년 12월 대검찰청 예규인 '카르텔 사건 형벌감면 및 수사절차에 관한 지침'의 시행에 따라 검찰의 카르텔 형벌감면제도가 도입되는 등 최근 공동행위에 대한 자진신고 관련 제도 및 실무에 여러 변화가 생기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자진신고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이번 개정법을 비롯하여 새로운 제도와 실무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4)벤처투자 활성화
벤처지주회사 설립은 혁신성장 기반 구축의 관점에서 활성화될 필요가 있는데, 시행령은 이를 위하여 벤처지주회사로 인정받는 자산총액 기준을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축소하고(시행령 제3조 제1항), 벤처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벤처기업 외에 R&D 규모가 연간 매출액의 5% 이상인 중소기업도 포함되도록 확대하였다(시행령 제27조 제2항, 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시행령 제5조).
자산총액 기준 300억원으로 축소
다만, 벤처지주회사를 악용하여 사익편취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동일인 및 친족이 자 · 손자 · 증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벤처지주회사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였다(시행령 제27조 제3항 제2호). 아울러 공정거래법을 통하여 허용된 일반지주회사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보유한도를 법에서 정한 상한인 40%로 설정해서 펀드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한편(시행령 제30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벤처지주회사의 자회사와 마찬가지로 CVC가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계열편입 유예기간도 10년으로 확대하였다(시행령 제5조 제2항 제4호).
(5)공시의무 구체화 및 법집행체계와 절차 개선
시행령은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이 소유한 국외 계열회사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기업집단 내 공익법인에 부여된 공시의무의 대상을 명확하게 하였다(이사회 의결 · 공시의 대상이 되는 거래를 '순자산총계 또는 기본순자산 중 큰 금액의 5% 이상이거나 50억원 이상인 거래'로 정하고, 거래상대방은 '총수일가가 20% 이상 보유한 회사(상법상 자회사 포함)'로 규정)(시행령 제35조 제3항 내지 제6항, 제36조).
아울러 법에 신설된 서면실태조사 근거규정에 따라,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자료 제출시에 사업자에게는 최대 1억원, 임원 등에 대해서는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근거 규정을 두는 등(시행령 별표 10), 법 집행체계와 절차규정에 대한 개정도 추가되었다.
대기업집단 제도 개선 사항
(1)임원 · 친족독립경영제도 합리화 및 부당 내부거래관점에서의 통제 강화
임원독립경영 제도는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임원이 별도로 지배하는 회사가 임원겸임 · 출자 · 채무보증 등의 측면에서 해당 대기업집단과 무관한 경우 그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하는 제도인데, 그간 임원측 계열회사와 동일인측 계열회사간 출자를 금지하는 등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대기업집단이 전문적 경험과 역량을 갖춘 기업인을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특정인이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는 경우에 한정하여, 선임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동일인측 계열회사의 지분을 3%(비상장사는 15%) 미만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호 다목).
반면, 친족독립경영과 관련해서는, 부당 내부거래의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을 위하여 (1)친족분리가 결정된 이후 3년 이내에 새롭게 지배력을 확보한 회사에 대해서도 친족측이 동일인과의 거래현황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친족분리 이후의 사후관리를 강화하였고, (2)독립경영결정이 취소되는 경우 또는 친족측이 지배하는 회사가 없게 되는 경우로서, 분리된 친족이 동일인관련자에서 제외됨에 따라 대기업집단 소속회사가 결과적으로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에는 해당 친족을 동일인의 친족으로 복원하도록 함으로써, 사익편취 규제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였다(시행령 제5조 제6항, 제6조 제3항).
(2)PEF전업집단에 대한 대기업집단 지정 제외
기존의 시행령은 금융 · 보험업만 영위하는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하면서도 PEF(Private Equity Fund) 집단은 지정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지 않았고, 그 결과 2020년 사모펀드가 최초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개정된 시행령은 'PEF전업집단' 및 '금융 ·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와 PEF 관련 회사만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였는데(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5호, 제6호), 이는 PEF전업집단의 경우 PEF의 기업 지배가 일시적이고 수년 내에 기업가치를 올린 뒤 투자를 회수하는 구조여서 공정거래법이 대기업집단을 규제하는 본래 취지에 따른 우려가 적다는 점, PEF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PEF의 존속 기간이 15년으로 제한)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이미 마련되어 있고 경제력 집중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다만, 개정 시행령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PEF전업집단이 대기업집단의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지, 집단 내 동일인이 직접 지배하는 다른 계열사 등이 존재하는 PEF주력집단까지 제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3)소규모비상장사 공시의무 부담 완화
종래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비상장회사에게 그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한 수준의 공시의무를 부과함에 따라 소규모 비상장회사에게는 과중한 부담이 되었으므로, 개정된 시행령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이면서 자산총액이 100억원 미만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소규모 비상장사에 대해 소유지배구조 현황, 재무구조 현황 등의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의무를 면제하여 기업부담을 완화하였다(시행령 제34조 제1항).
40년만의 전부 개정을 통해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은 오랫동안 익숙했던 조문 순서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개정사항이 중요하지만 가령, 정보교환 담합 등과 같이 기존 규제에 대한 소극적 보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신설된 규제사항의 경우에는, 관련 개정사항의 규제 성과에 대한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면밀한 사전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공정위 업무계획 발표
한편 지난 1월 4일에 발표된 올해 공정위 업무계획은 2년여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 하에서 더욱 가속화된 산업/시장구조의 변화와 이로 인해 초래될 과거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경쟁제한행위, 소비자이익침해행위에 대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이 종래의 전통적인 공정거래의 규제 수단으로 충분할지, 최근 수년 간 해외 선진당국들로부터 주도된 새로운 규제 수단의 동원을 필요로 할지는 이번에 대폭 개정된 법령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법과 현실이 모두 바뀌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사업자로서는 두 가지 면을 모두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규제 대상자의 입장에서 양자의 조화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셈이다. 규제에 대한 선제적 점검과 능동적 대응에 있어서, 법리와 실무를 정확히 이해한 바탕 하에 더욱 신중하고 깊이 있는 검토와 고민이 긴요한 때이다.
김진오 · 김경연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go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