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재외투표 개시 뒤 귀국하면 투표 불허' 헌법불합치
[선거] '재외투표 개시 뒤 귀국하면 투표 불허' 헌법불합치
  • 기사출고 2022.01.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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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중복투표 차단 가능"

A씨는 교육부의 한미대학생 연수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턴십 등을 받던 중 2020년 4월 15일에 실시된 21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2020년 1월 28일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였고, 재외투표기간인 4월 1일부터 6일 사이에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투표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월 30일 미국 주재 재외공관에 설치된 재외선거관리위원회의 재외선거사무를 중지하는 결정을 하자 A씨는 계획된 귀국일정을 앞당겨 4월 8일 귀국해 투표를 하려고 하였으나, 공직선거법 218조의16 3항에 따라 투표를 하지 못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월 27일 재외선거인이나 국외부재자신고인이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후 귀국한 경우에 투표할 방법을 마련해 놓지 않은 공직선거법 218조의16 3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20헌마895)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2023.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공직선거법 218조의16 3항은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 및 국외부재자신고인은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하여 주소지 또는 최종 주소지(최종 주소지가 없는 사람은 등록기준지를 말한다)를 관할하는 구 · 시 · 군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후 선거일에 해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하는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이후 귀국한 재외선거인 등의 투표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먼저 "공직선거법 218조의16 3항은 재외투표소에서 선거권을 행사한 자가 국내에서 다시 선거권을 행사하는 중복투표를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재외선거인등이 재외투표기간 동안 외국에 거주 또는 체류하는 경우에는 재외선거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재외투표기간 개시일에 임박하여 또는 재외투표기간 중에 재외선거사무 중지결정이 있었고 그에 대한 재개결정이 없었던 경우라 하더라도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한 사람에 한하여 국내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입법목적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외투표기간은 선거일 전 14일부터 선거일 전 9일까지의 기간 중 6일 이내의 기간이므로(공직선거법 제218조의17 제1항 전문), 재외투표기간이 종료된 후 선거일이 도래하기 전까지 적어도 8일의 기간이 있는바, 이 기간 내에 재외투표관리관이 재외선거인등 중 실제로 재외투표를 한 사람들의 명단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경유하여 관할 구 ·  시 ·  군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어 선거일 전까지 투표 여부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을 상정할 수 있으며,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이와 같은 방법이 충분히 실현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재외투표기간 개시일에 임박하여 또는 재외투표기간 중에 재외선거사무 중지결정이 있었고 그에 대한 재개결정이 없었던 예외적인 경우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이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등의 귀국투표를 허용하여 재외선거인등의 선거권을 보장하면서도 중복투표를 차단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제218조의24 제3항에 따라 주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관 등 18개 재외공관에 설치된 재외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재외투표를 보관하였다가 개표하는 과정에서 각 재외공관의 재외투표관리관이 재외선거인등 중 실제로 재외투표를 한 사람들의 명단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송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중복투표 여부를 확인하였던 사례도 있다. 재판부는 또 "현재 선거실무를 살펴보면, 관할 구 · 시 · 군선거관리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재외투표가 끝난 후 재외선거인등의 재외선거인명부등 등재번호 정보가 부착된 재외투표 회송용 봉투를 받아서 이를 확인하고 재외선거인명부등과 대조함으로써 비로소 재외선거인등의 재외투표 여부 및 중복투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재외투표기간 개시일에 임박하여 또는 재외투표기간 중에 재외선거사무 중지결정이 있었고 그에 대한 재개결정이 없었던 예외적인 상황에서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이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등이 국내에서 선거일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재외선거인등이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하여 투표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어지게 되어 법적 공백이 발생하고,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함에 있어서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이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등에 대하여 어떠한 요건 및 절차에 의해 귀국투표를 허용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의 한도 내에서 입법자에게 재량이 부여된다 할 것"이라며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늦어도 2023. 12. 31.까지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하기로 한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