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대미포조선 통상임금 청구도 신의칙 위반 아니야"
[노동] "현대미포조선 통상임금 청구도 신의칙 위반 아니야"
  • 기사출고 2021.12.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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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영 악화 충분히 예견 가능"

대법원이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미포조선 근로자들이 제기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청구소송에서도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두 판결은 같은 날 같은 재판부에서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2월 16일 현대미포조선 근로자 5명이 "정기상여금과 하기휴가비, 설 · 추석 귀향여비, 생일축하금, 개인연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연장 ·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과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재산정해 미지급된 차액을 지급하라"며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10544)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다만, 하기휴가비, 설 · 추석 귀향여비, 생일축하금, 개인연금에 대해선, 원심과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현대미포조선은 근로자들에게 2개월마다 기본급 등의 100%씩 총 600%에 12월 말 100%, 설 · 추석 명절 각 50%씩을 더해 모두 800%의 상여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해왔으나, 이 800%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연장 ·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을 산정해 근로자들에게 지급했다. 이에 원고들이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800% 상여금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다만, 하기휴가비, 설 · 추석 귀향여비, 생일축하금, 개인연금에 대해선, "위 각 금품은 이를 지급받기 위하여는 소정근로의 제공 외에 지급일에 재직 중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이 요구되는 것으로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피고 측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여 1심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 재판부는 "피고는 오랫동안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한 채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왔고, 이러한 계산방법에 관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나 노동조합이 소제기 이전까지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 없으며, 피고와 노동조합은 이 사건 상여금이 도입된 이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인식 하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협상이나 단체교섭을 해왔다"고 지적하고, "원고들이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미지급 법정수당 등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피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시 항소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고의 매출과 손익 등 경영상태는 2013년과 2014년 무렵 악화되었고, 그 원인은 2012년경부터 주요 수출처인 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량 감소, 중국 기업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른 수출 점유율 하락, 동종업계의 경쟁 심화 등으로 볼 수 있으나, 이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는 피고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은 피고와 같이 오랫동안 대규모 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이 예견할 수 있거나 부담해야 할 범위에 있고, 피고의 기업 규모 등에 비추어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실제로 피고는 경영 현황 설명 자료에서 2014년도부터 조선 산업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였고, 피고의 2015년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상당히 증가하여 위와 같은 예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재산정 결과 피고 소속 근로자의 통상임금 상승률과 임금 인상률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소멸시효가 완성한 부분을 제외하고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한다), 추가 법정수당의 연도별 총인건비와 당기순이익 대비 비율, 피고의 사업 규모와 그동안의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손익의 추이 또는 경영성과의 누적 상태 등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추가 법정수당과 이를 반영한 추가 퇴직금의 지급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일시적인 경영악화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이나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려해서 추가 법정수당 등 청구의 인용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피고의 추가부담액이 4년 6개월간 약 868억원에 이른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들의 미지급 법정수당과 퇴직금 차액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