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가짜 봉사활동확인서 학교에 제출해 봉사상 수상…업무방해 유죄"
[형사] "가짜 봉사활동확인서 학교에 제출해 봉사상 수상…업무방해 유죄"
  • 기사출고 2020.10.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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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학교 측에 진위 여부까지 심사할 의무 없어"

가짜 봉사활동확인서를 고등학교에 제출해 봉사상을 받았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 모씨는 H병원의 관리이사를 통하여 이 모씨의 자녀가 2009년 3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총 84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된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받아 이씨에게 주었고, 이씨는 이를 자녀의 담임교사를 통하여 자녀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제출함으로써 자녀가 2010년 1월 26일 학교장 명의의 봉사상을 수상하도록 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민씨와 이씨에게 업무방해 유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의 자녀가 2010년도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학교장 또는 학교 공적심사위원회가 봉사활동시간의 적정 여부에 관한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피고인 이씨가 제출한 허위의 봉사활동확인서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한 결과이므로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피고인들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그러나 9월 24일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7도19283).

대법원은 먼저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상대방이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자격요건 등을 심사 · 판단하는 것이므로,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신청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종전 대법원 판결(2007도5030 등)을 인용, "신청인이 업무담당자에게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그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담당자가 관계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그 요건의 존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를 하였으나 신청사유 및 소명자료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신청을 수리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가 아니라 신청인의 위계행위에 의하여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된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 이씨가 제출한 봉사활동확인서는 교내가 아닌 학교 외에서 이루어진 봉사활동에 관한 것이고, 주관기관인 H병원이 그 명의로 발급하였는데, 위 확인서 자체로 명백한 모순 · 오류가 있다거나, G고 담당교사들 또는 학교장 등이 위 확인서에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G고등학교장은 피고인 이씨가 제출한 H병원 발급의 봉사활동확인서에 기재된 대로 이씨의 자녀가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오인 · 착각하여 이씨의 자녀를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의 허위 봉사활동확인서 제출로써 G고등학교장의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 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G고의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절차에 비추어 보면,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는 학생이 제출한 봉사활동확인서의 내용이 진실함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일 뿐, 학생으로부터 봉사상에 관한 신청을 받아 해당 학생이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라거나, 봉사활동확인서의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봉사상 수상의 자격요건 등을 심사 · 판단하는 업무라고 볼 수 없고, 담임교사, 공적심사위원회 또는 G고등학교장이 봉사활동확인서 등 증빙자료가 위조되거나 허위로 작성될 수 있음을 전제로 봉사활동확인서의 발급기관에 별도로 문의하여 기재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등 형식, 명의, 내용의 진위 여부 등까지 모두 심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G고는 학생들이 제출하는 봉사활동확인서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에 봉사활동내역 및 시간 등을 기재한 후, 학년도말에 학교생활기록부의 연간 봉사실적 누계시간이 80시간 이상인 학생을 특별활동부에 추천하고, 특별활동부에서 이를 취합한 공적심사위원회를 통하여 봉사활동시간의 적정성에 관한 자료를 검토 · 심의하고 학교장의 결재를 거쳐 봉사상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