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다른 부대 상급자가 듣고 있는데 후임병에 다른 상급자 욕설…상관모욕 유죄"
[형사] "다른 부대 상급자가 듣고 있는데 후임병에 다른 상급자 욕설…상관모욕 유죄"
  • 기사출고 2020.08.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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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연성 충족"

2017년 5월 군에 입대하여 강원 홍천군에 있는 국군홍천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병으로 복무하던 A씨는 2018년 6월 1일 오전 9시쯤 국군홍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실 접수대에서 다른 부대 간부인 원사 B씨 등이 듣고 있는 가운데 후임병인 일병과 대화를 하다가 자신의 진급 누락 및 병영 생활과 관련하여 불만을 품고 소속대 행정보급관으로 근무하는 상사를 가리켜 "왜 맨날 우리한테만 지랄이야, 안 그래도 힘든데 X나 짜증나네 XX"이라고 말한 후, 소속대 본부근무대장인 대위를 가리켜 "대장도 우리 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 않냐? 분명히 지난번에 지통실에서 이야기 했을 때는 위에서 자는 대신에 아침이랑 저녁 점호랑 오전, 오후 일과 집합 잘하면 대장도 더 이상 터치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와서 내려오라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X같다 XX. 그리고 우리 어차피 정신과 무조건 진급 누락 아니냐고, 그러면 아래에서 생활하고 교육 같은 거 다 들을 테니까 진급 제대로 시켜주면 내려간다고 해 XX, 진짜"라고 말했다가 군형법상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다음, 공소가 제기된 뒤인 2019년 2월 전역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외래진료실 접수대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일병과 대화하면서 피해자들의 조치에 대한 불만이나 분노의 감정을 저속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할 뿐,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발언으로 상관인 피해자들을 모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상관모욕죄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금고 4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발언 내용이 상관에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고 공연성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도 모욕죄에서의 '모욕'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상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 외에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도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들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이어서 모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지랄이다', 'X같다', 'XX' 등이 포함된 피고인의 발언에 관하여, 이를 피고인이 외래진료실 접수대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일병과 대화하면서 피해자들의 조치에 대한 불만이나 분노의 감정을 다소 저속하고 무례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들의 명령이나 조치가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조치로서 '지랄'에 해당한다고 평가한 것이므로, 이는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에 반하는 발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시 피고인이 있었던 장소가 외래진료실 안이었고 피고인이 진료 준비를 하던 중 일병과 두 명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며, 피고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부대 간부였던 원사 B씨 등이 우연히 피고인의 발언을 듣게 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이 발언을 할 당시 피고인과 일병은 외래진료실 접수대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책상과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었으며, 피고인의 앞쪽 비스듬한 방향으로 약 2m 이내의 거리에 다른 부대 간부인 B씨와 병사가 앉아 있었는바, 비록 피고인이 B씨 등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외래진료실의 구조, 피고인과 관련자들의 위치와 발언 당시 피고인의 목소리 크기 등으로 인하여 B씨는 피고인과 일병이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일병도 원심 법정에서 'B씨 등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피고인이 하는 말이 아마도 다 들렸을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발언 당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모욕죄에서의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위와 같은 피고인이 발언을 한 장소, 발언의 내용과 표현방법, 발언의 시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들을 모욕하고자 하는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도 7월 29일 "원심의 판단에 상관모욕죄에서의 피해자 특정이나 '모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6537).

군형법 64조 2항은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