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제18부(재판장 심재남 부장판사)는 2월 4일 한의원에서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후 부작용으로 사망한 A(사망 당시 57세)씨의 부인과 세 자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537857)에서 B씨의 책임을 30% 인정, "B씨는 원고들에게 8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야간에 5∼6회 가량 소변을 보는 빈뇨 증상으로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2018년 2월 1일 B씨의 한의원에 내원한 A씨는, 전립선의 기타 장애, 신기허증(腎氣虛症)으로 진단받고, 신통환 3일분, 공진단 15일분, 탕약(육미축천탕) 30일분의 한약을 처방받았다. B씨는 A씨에게 한약을 처방하면서 신통환 복용시 빈뇨, 요도통증, 두통 · 어지러움, 오한 · 발열, 복통 · 구토 · 설사, 붉은색 소변, 기력 저하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부작용이 아니라 명현현상(瞑眩現象)으로서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설령 이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공진단과 탕약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나아질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신통환을 복용한 다음 날부터 설사, 오심, 구토 증상을 보이고 오한 · 발열 증상까지 나타나자, 2월 5일 B씨의 한의원에 전화하여 증상을 호소했으나, 이 한의원의 간호실장은 '정상적인 반응(명현현상)이니 참고 기다려보라'는 취지로 상담해주었다. A씨는 B씨의 설명과 간호실장의 상담 내용대로 증상이 한약의 효능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 약을 복용하였으나 기존 증상이 심해지고 앞이 흐릿하게 보이는 시력 저하 증상까지 나타나자, 이후 두 차례 더 전화로 한의원에 증상을 호소했으나 간호실장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A씨는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2월 6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혈액 투석 등의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인 2월 7일 오후 9시 5분쯤 약물유발상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으로 사망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가 복용한 한약재의 신독성이 급성 신장 손상을 유발한 것으로 보았다. 이에 A씨의 부인과 세 자녀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의사가 진찰 ·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 · 신체 ·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환자에 대한 수슬 등 침습행위가 종료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진료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환자가 의사의 업무범위 이외의 영역에서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예견되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환자에 대한 요양의 방법 기타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설명하는 데까지도 미친다 할 것이므로(의료법 24조 참조), 의사는 치료를 위한 약품의 투여 등 당해 의료행위의 결과로 부작용 내지 후유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비록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요양의 방법이나 일단 발생한 후유 질환으로 인해 중대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 대처할 수 있도록, 그와 같은 요양방법, 부작용 내지 후유 질환의 증상과 그 악화 방지나 치료를 위한 대처방법 등을 환자의 연령, 교육 정도,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설명 · 지도할 의무가 있고(대법 2004다64607 판결 등 참조), 이는 한의사가 한약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지도설명의무는 그 목적 및 내용상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이므로,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그로 인한 생명 · 신체상의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 2014다6749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 "한약재 사용 후 신독성이 발생할 수 있는데, A씨의 경우 피고가 처방한 한약(신통환)을 복용한 다음 날부터 오심, 구토, 설사, 오한, 발열, 시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그 이전에는 이러한 증상이 없었던 점, 신장손상으로 오심, 구토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 점, 피고는 한의사로서 한약재를 복용한 후에 드물지 않게 신독성이나 간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한약을 처방 및 투여함에 있어서는 환자에게 한약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위험성과 부작용도 함께 설명하면서, 만일 한약을 복용한 후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즉시 한약 복용을 중단하고 피고 한의원을 다시 내원하여 추가 진료를 받거나 타 병원에서 신장 내지 간기능 등에 관한 필요한 검사를 받은 후 그 결과를 참고하여 한약 복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지도 · 설명할 의무가 있는 점, 그러나 피고는 A씨에게 한약을 처방할 때 신통환 복용시 빈뇨, 요도통증, 두통 · 어지러움, 오한 · 발열, 복통 · 구토 · 설사, 붉은색 소변, 기력 저하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부작용이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명현현상에 불과하므로 설령 위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공진단과 탕약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나아질 것이라는 정도로만 복약지도한 점, A씨는 피고가 처방한 한약을 복용한 후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피고가 지도설명(복약지도)한대로 한약(신통환)을 계속하여 복용한 결과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된 점, 피고가 처방한 한약을 제외하고는 A씨의 급성 신장 손상을 유발할 만한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고, 급성 신장 손상이 결국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A씨에 대한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하였고, 피고의 위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한약의 계속 복용으로 인한 신독성 발생(급성 신장 손상) 및 A씨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약 복용 후 신독성 내지 간독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한의사인 피고로서는 A씨에게 한약을 투여하기 이전에 위와 같은 위험성 내지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여 A씨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한약을 처방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그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 피고가 한약을 처방하기에 앞서 A씨에게 위와 같은 위험성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피고는 A씨에게 한약을 처방하는 과정에서 진료행위의 일환으로서 요구되는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하고, A씨에게 한약의 부작용 내지 위험성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으므로, A씨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내원 경위와 건강상태, 한약 처방의 목적 및 내용, 한약 복용 이후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A씨 및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모두 피고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