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지하철 몰카 현행범 휴대전화 압수하고도 사후영장 안 받아 무죄
[형사] 지하철 몰카 현행범 휴대전화 압수하고도 사후영장 안 받아 무죄
  • 기사출고 2019.09.0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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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증거 추출과정 참여권도 미보장"

경찰관이 지하철 몰카범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임의제출된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나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아 몰카범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8월 22일 성폭력처벌법상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2757)에서 휴대전화와 이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영상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를 인정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피의자 등이 임의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사후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참조)와 배치되는 것이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7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취업제한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3월 26일 오전 8시 14분쯤 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지하철 1호선 한 전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동영상 촬영하다가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현장에서 임의제출에 의해 압수한 A씨의 휴대전화에는 6일 전인 3월 20일부터 지하철 1호선과 6호선 역들을 옮겨 다니면서 18차례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불법 촬영물이 담겨 있었다. 촬영장소는 지하철역 내 에스컬레이터가 가장 많고, 계단과 전동차도 있다. 경찰관은 6일 후인 4월 1일 압수된 휴대전화를 탐색해 A씨가 촬영한 영상을 캡처하여 출력하고 영상파일을 CD에 복제해 증거를 추출했다. 하지만 경찰관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후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증거를 추출하는 과정에 A씨를 참여시키지도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압수된 휴대전화와 영상파일 등이 적법한 절차로 수집되지 않았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218조에 따른 영장 없는 압수수색은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마땅하다"며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가 소지하던 물건은 형사소송법 218조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된 물건이라도, 형사소송법 216조 1항에 따른 압수물로 보아 217조 2항이 정한 48시간 이내에 사후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지 못했다면, 압수된 임의제출물은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지하철경찰대 소속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의 휴대전화기를 형사소송법 218조에 따라 압수하였으나, 그 실질은 형사소송법 216조 1항 2호에 따라 압수한 것으로서 사후 영장을 발부받지 못했으므로, 휴대전화기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218조는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법 216조 1항 2호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212조(현행범인의 체포)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217조 2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216조 1항 2호에 따라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 경우 압수수색영장의 청구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사법경찰관이 휴대전화 자체를 임의제출 받는 경우에는 임의제출서의 징구, 압수조서 작성, 압수목록의 교부 등 절차를 이행하여야 하고(디지털 증거 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칙 13조 3항, 범죄수사규칙 123조), 더 나아가 임의제출된 휴대전화에 기억된 저장정보를 압수할 경우에는 탐색 · 추출과정에서 피압수자 등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여야 하는데(디지털 증거 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칙 13조 1항, 11조 4항),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소속 경찰관은 2018. 4. 1. 휴대전화를 탐색할 때 이와 같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경찰관이 휴대전화에서 캡처하여 출력한 영상사진과 CD로 복제한 영상파일은 적법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범죄사실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