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대리기사가 2차로에 차 세우고 가버리자 주차장까지 5m 음주운전…긴급피난"
[교통] "대리기사가 2차로에 차 세우고 가버리자 주차장까지 5m 음주운전…긴급피난"
  • 기사출고 2019.07.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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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다른 차량 교통흐름 방해"…무죄 선고

차주와의 말다툼 끝에 대리운전 기사가 2차선 도로에 차량을 방치하고 떠나자, 차량 소유주가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혈중 알코올 농도 0.072%의 음주상태에서 5m가량 제네시스 승용차를 운전했다. 음주운전 시각은 2019년 1월 10일 오전 0시 10분. 창원지법 호성호 판사는 그러나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형법 22조 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정162). 

호 판사는  "피고인은 교통방해와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도로 5m 전방 우측에 있는 주차장까지만 차를 이동시켰을 뿐 더 이상 차를 운전한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피고인의 혈중 알코올 농도와 차량을 이동한 거리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하여 발생하는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확보되는 법익이 위 침해되는 이익보다는 우월하였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운전한 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형법 22조 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6월 5일 판결을 선고한 호 판사에 따르면, A씨는 음주 상태에서 귀가하기 위하여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였는데, 대리운전 기사는 운전 도중에 A씨와 말다툼이 생기게 되자 차를 세워 놓은 상태에서 가 버렸다. 정차 위치는 편도 2차로 도로 중 2차로. 대리운전 기사는 차를 도로의 오른쪽 끝에 바싹 붙이지 않고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세웠을 뿐만 아니라(이로 인하여 통상적인 주정차의 경우와 비교하여 도로의 교통흐름에 대한 방해의 정도가 더 크게 되었다), 위 지점은 삼거리 앞 정지선으로부터 2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로서, 1차로에 좌회전 차량들이 신호대기하면서 A씨의 차로 인하여 우회전 차량들의 진로가 막히게 되었다.

정차 위치는 건물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지점까지 약 5m 떨어져 있던 위치로, A씨는 주변에 다른 차량이 없을 때 자신의 승용차를 천천히 운전하여 진행한 후 건물 주차장으로 진입하여 차를 주차했다. 이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려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하여 음주운전으로 단속되었다. 당시 A씨에게는 차량의 운전을 부탁할 만한 지인이나 일행은 없었다.

호 판사는 "주변의 일반 행인에게 차량의 운전을 부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려면 A씨의 차량이 위 정차위치에서 상당한 시간 동안 계속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A씨 차량으로 인하여 일부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서 진행하기도 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A씨의 차량이 해당 위치에 계속 정차되어 있으면 다른 차량의 정상적인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정도가 적지 않고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호 판사는 "형법 22조 1항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