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끼어들었다고 보복운전한 택시기사…특수협박죄 유죄"
[교통] "끼어들었다고 보복운전한 택시기사…특수협박죄 유죄"
  • 기사출고 2018.12.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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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위험한 물건에 의한 '해악의 고지' 해당"

주행 중 옆 차로에서 끼어든 승용차를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쫓아가 급정거하는 등 보복운전을 한 택시기사에게 특수협박죄 유죄가 인정됐다. 택시는 '위험한 물건'이고, 운전자의 이러한 행위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부(재판장 이성복 부장판사)는 11월 15일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법인택시 기사 유 모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1886)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유씨가 2017년 5월 16일 오전 0시 40분쯤 두 명의 승객을 태우고 서울 관악구에 있는 편도 5차로 도로 중 3차로를 신림역에서 사당역 쪽으로 달리고 있던 중, 교차로의 오른쪽 도로에서 우회전을 하던 이 모(여 · 36)씨의 아반떼 승용차가, 4차로에 다른 택시가 정차해 있자 우회전하던 속도 그대로 3차로로 바로 진입해 끼어들었다. 그 바람에 유씨는 급정거를 해야 했고, 택시 뒷좌석에 타고 있던 승객이 앞좌석에 코를 부딪혔다. 급정거 직후 유씨는 이씨 차량의 왼쪽인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한 다음 이씨의 차량 옆에서 나란히 주행하다가 이씨가 유씨 쪽으로 차로를 변경하려 하자 속도를 높여 택시를 아반떼에 바짝 붙여 끼어들지 못하게 했다. 이후 적색 신호가 들어온 횡단보도 앞에서 이씨가 정차하자 유씨는 택시에서 내려 이씨 차량으로 달려가기도 했는데 곧바로 녹색 신호가 되어 이씨가 출발하자 다시 돌아와 운전을 했다.

유씨는 속도를 높여 시속 108㎞로 달리며 이씨를 추격했고, 차로를 바꿔가며 이씨의 차와 나란히 운전했다. 이후 이씨를 추월해 이씨의 차로로 변경한 후 녹색 신호에서 이씨의 차 바로 앞에서 급정거했다. 유씨는 차를 멈춘 뒤 택시에서 내려 이씨의 차로 가 큰소리로 욕설을 하며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고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이씨가 내리지 않자 112에 신고를 했고, 겁에 질려있던 이씨는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차에서 내렸다.

유씨는 특수협박죄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유씨는 자신의 행위가 협박에 해당한다거나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고, 지난 6월 1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주의한 운전으로 접촉사고가 날 뻔 하고 승객이 코를 부딪혔으나 피해자가 사과의 표시 없이 계속 주행하자 격분해 피해자에게 항의하고 사과를 받기 위해 피해자를 추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이와 같은 추격과 차량을 가로막는 행위는 그 자체로도 상대 운전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길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상대 운전자가 평정심을 잃어 제대로 운전을 하지 못하고 추격을 피하는 데에만 신경쓴 나머지 전방주시 등을 소홀히 하게 되어 더 큰 공포를 느낄 수 있으며, 상대 운전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정차하도록 한 후 언어적 또는 물리적 폭력을 가할 의도가 있음을 뚜렷이 드러내는 것으로서, 협박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피고인의 운전행태와 급정거 후 피고인이 취한 행동과 당시 피고인이 분노의 감정이 격앙된 상태였음을 아울러 고려하면 협박의 고의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유씨의 특수협박 혐의는 유죄라는 것이다.

이씨는 또 "손해배상청구권의 보전을 위한 자구행위 또는 현행범인의 체포를 위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의 부주의한 운전으로 인해 피고인의 승객이 코를 부딪혔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 내지 구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추격 도중 신호대기시 피해자의 차량 번호가 피고인의 택시 운전석에서 선명하게 보였고 피고인의 택시에 장착된 블랙박스에도 녹화되었으므로, 바로 추격하거나 피해자의 차량을 가로막지 아니하면 법정절차에 의한 권리보전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자구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피고인의 주된 동기나 목적은 피해자에게 항의하고 따지는 데 있었고, 피고인의 운전행태는 피해자 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운행에도 지장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으며, 피해자의 차량 번호가 특정되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