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심야에 빗길 무단횡단하다 2차 사고로 숨져…2차 사고 운전자 무죄"
[교통] "심야에 빗길 무단횡단하다 2차 사고로 숨져…2차 사고 운전자 무죄"
  • 기사출고 2018.08.2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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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법] "이례적 상황까지 대비할 주의의무 없어"
심야에 비가 내려 노면이 젖은 왕복 10차선의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사람이 택시와 부딪힌 후 도로 위에 쓰러져 있다가 뒤따라 오던 또 다른 자동차와 2차 충격사고가 나 숨졌다. 법원은 제한속도를 준수한 2차 사고 운전자에게는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장동민 판사는 8월 27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2차 사고 운전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8고단540). 같은 혐의로 기소된 1차 사고 운전자 B씨에게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택시운전사인 B씨는 2017년 4월 9일 오전 2시 27분쯤 쏘나타 택시를 운전하여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부근 편도 5차로 중 3차로를 천호사거리 방면에서 길동사거리 방면으로 제한 속도인 시속 48km를 초과하여 시속 약 89km로 진행하다가 차량 진행 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로를 무단 횡단하던 C씨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하였으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C씨를 치어 2차로에 넘어지게 하였다. 사고가 난 곳은 제한 속도가 시속 60km인 구간이었고, 당시는 비(누적 강수량 0.5mm)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었으므로 최고 속도의 20%를 줄인 시속 48km로 안전하게 운전해야 했다.
 
그러나 사고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K5 승용차를 운전하여 위 도로 중 2차로를 시속 약 46.8km로 진행하던 A씨는 선행사고로 도로에 쓰러진 C씨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하였으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C씨의 상체를 밟고 지나가면서 C씨를 약 10m 끌고 갔고, C씨는 같은 날 03:24경 다발성 늑골 골절 등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장 판사는 A씨에 대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왕복 10차선의 도로 중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 편도 2차로로 도로의 폭이 상당히 넓은 대로였고,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었으며, 교통사고 발생 시각은 새벽 2시 27분쯤이었고, 당시 피해자는 선행 사고로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 편도 2차로 상에 누워있는 채로 쓰러져 있었던 상태였는바, 일반적으로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거나 도로상에 누워있는 채로 쓰러져 있을 것을 예견하기는 어려운 장소와 시간대였다"고 지적하고, "당시 피해자는 한 밤중에 도로의 차선 표시 색깔과 같은 흰색 계통의 윗옷과 어두운 계통의 바지를 입고 있는 채로 도로에 쓰러져 있던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도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용이하게 식별하기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는 약간의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를 감안하여 제한속도 시속 60km 구간인 이 도로를 제한속도보다 20% 이상 감속한 시속 46.8km로 차량을 운전하였는바, 제한속도를 초과하지 않고 자신의 차선을 따라 정상적으로 주행하고 있었던 점, 사고관련 영상 및 교통사고 분석서 회신에 의하면, 피해자가 선행 사고로 인하여 도로 2차로 상에 넘어져 쓰러진 이후 약 17초 내지 18초 후에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이 피해자를 역과하였는데, 그 사이 사고지점인 도로 2차로를 주행한 차량은 피고인 차량이 첫 번째 차량이었고, 피고인 차량 이외에 피해자가 쓰러져 있던 도로 2차로를 진행하던 차량은 없었으므로, 다른 차량 운전자들은 도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용이하게 발견하여 사고를 피하였다거나 다른 차량 운전자들과 달리 피고인만 도로에 쓰러져있던 피해자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여 사고를 야기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피고인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사고 직전에야 피고인이 피해자가 도로에 쓰러져있다는 것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었고, 피해자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사고발생 전에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이 사고 당시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았거나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 차량 내 장치를 부주의하게 조작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정황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함에 있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야기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장 판사는 대법원 판결(85도833 등)을 인용,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 판사는 1차 사고를 낸 택시운전사 B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고, 비록 도로를 무단횡단 하였던 피해자에게도 교통사고 발생에 상당한 과실이 있지만, 전방주시의무를 태만히 하면서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한 피고인에게도 상당한 과실이 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