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투자계약
합작투자계약
  • 기사출고 2018.06.12 08: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환 변호사]
◇이승환 변호사
◇이승환 변호사

M&A의 거래유형은 가장 흔한 형태라 할 수 있는 주식양수도 및 영업양수도를 비롯해 합병, 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신주인수, 합작회사(Joint Venture)의 설립 등을 아우른다. 필자는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래 수많은 M&A 거래에 직 · 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사실 모든 M&A에는 그 나름의 난관이 있고, 지금 돌이켜 보면 어느 하나 쉬운 거래는 없었다고 생각되지만, 그간 M&A 변호사로서 담당했던 다양한 거래유형 중에 하면 할수록 어렵고 또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게 바로 합작투자계약이 아닐까 싶다.

합작투자계약은 '2인 이상의 투자자가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회사를 설립하고, 해당 회사를 통한 손익을 함께 향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합작투자계약은 왜 어려울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계약

우선 합작투자계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목적물,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염두에 두고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규정한다. 주식매매계약이나 영업양수도계약과 같이 기존에 존재하는 목적물을 거래 대상으로 하는 경우, 해당 목적물의 현황이나 법적 리스크는 실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파악이 가능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비교적 명확하게 계약 조항에 녹여낼 수 있다. 그렇지만 합작투자계약은 아직 설립되지 않은 회사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에 관한 계약이므로, 많은 조항들이 실제 어떻게 기능하고 집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다분히 당사자들의 예상이나 기대에 기초하여 그 내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합작회사의 사업 내용이 완전히 새로운 것일 경우, 각 합작투자계약의 당사자들에게 합작회사의 사업에 관해 어떠한 역할과 의무를 부담시킬지, 합작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 중요한 이슈들에 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정을 두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모든 경우의 수 대비 조항 완비 어려워

나아가 합작투자계약의 당사자들이 3인 이상인 경우에는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를 어떻게 규정할지, 주식양도를 원하는 당사자가 있을 경우 다른 당사자들에게 어떤 권리를 인정하고 또 그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 어느 한 당사자가 합작투자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페널티를 부과할지, 합작투자 종료 시각 당사자들에게 어떤 권리를 인정할지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한 완전한 계약 조항을 만들어 두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합작투자계약은 (양 당사자가 이해가 대립되는 지위에서 협상을 하게 되는 주식매매계약이나 영업양수도 계약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 위해 체결되는 계약이다. 반면 합작투자계약의 많은 조항들은 합작회사의 공동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것인데, 이점 역시 계약서 작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된다. 이는 마치 결혼을 결심한 연인들에게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가정불화나 이혼을 대비한 계약서를 쓰게 하는 것과도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상호협력 위한 계약

합작투자계약의 당사자들이 보다 강한 화학적 결합을 의도하는 경우, 치열한 협상을 통해 정교한 계약서를 만드는 대신 큰 틀에서 원칙적인 합의만을 규정해 둔 채 복잡하거나 민감한 문제는 추후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고 구체적인 조항을 두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그와 같이 불충분한 계약 조항이 오히려 분쟁이나 불화의 싹이 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필자 역시 합작투자계약을 둘러싼 분쟁 사건을 종종 자문하곤 하는데, 경험상 어느 당사자가 악의적으로 계약을 위반해서 문제가 생긴 경우보다는 엉성하게 규정된 계약 조항이 말썽이었던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변호사로서는 당사자들의 우호적인 협력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도 향후 계약 조항의 해석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교한 계약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론적인 치밀함을 바탕에 둔 고도의 실무감각과 폭넓은 경험이 없으면 훌륭한 합작투자계약 자문을 하기 어렵다.

합작투자계약은 정형화된 상관행이나 기준에 따라 결정되기 보다는 대부분 당사자들의 사적 자치에 따른 협상의 결과에 따라 내용이 결정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공통적인 측면은 존재한다.

우선 합작회사의 회사형태, 주된 사업목적, 지배구조(이사 정원 및 이사 지명권의 분배),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특별결의 사항 등은 합작투자계약에 있어 기본적인 사항이라 볼 수 있다. 나아가 각 합작투자계약 당사자들의 출자비율, 출자방식, 출자시기 역시 중요하며, 합작회사의 설립 시점뿐 아니라 미래의 자금수요까지 대비한 상세한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합작회사의 설립 취지는 합작투자계약의 당사자들이 일정기간 주주로서 합작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에 상호 기여하자는 데 있으므로, 합작투자계약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일정기간 동안 주식 또는 지분의 양도를 금지/제한(Lock-up)하는 규정을 두게 되며, 어느 당사자가 주식이나 지분을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 다른 당사자들에게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 또는 우선협상권(Right of First Offer)을 부여하거나, 어느 당사자에게 동반매도참여권(Tag Along), 동반매각청구권(Drag Along), 콜옵션, 풋옵션 등의 권리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권리들에 대해서는 실무상 어느 정도 정형화된 요건, 절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각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 우열관계, 위반 시의 페널티 등을 합리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고, 합작투자계약에 위와 같은 조항을 구체적으로 두지 않은 경우 자칫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합작 해소 조항도 미리 마련해야

또한 합작회사의 운영 과정에서 합작투자계약 당사자들 간에 의견불일치(Deadlock)가 발생하여 공동의 경영이 불가능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합작투자계약의 해지나 합작회사의 청산 등을 통해 합작관계를 적극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단계에서는 당사자들 간의 우호적인 협의에 의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더욱 낮으므로 합작투자계약의 체결 시점부터 이를 대비한 구체적인 조항을 마련해 두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로펌의 M&A 팀에서는 여러 주제로 정기적인 내부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는데, 합작투자계약은 몇 차례에 걸쳐 세미나를 진행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생각할 이슈가 많다. 예전에 어느 세법 교과서 서문에서 "이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세법이 중요하다는 점'만 잘 기억한다면 적어도 큰 실수는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합작투자계약의 경우에도 비슷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합작투자계약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그 내용을 잘모르더라도 적어도 합작투자계약이 정말 어려운 계약이라는 점, 그래서 보다 많은 고민과 더욱 치열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만 제대로 기억해도 큰 실수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승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seunghwan.lee@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