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1심 증인 진술 신빙성 판단 항소심 재판부가 함부로 뒤집으면 안 돼"
[형사] "1심 증인 진술 신빙성 판단 항소심 재판부가 함부로 뒤집으면 안 돼"
  • 기사출고 2018.04.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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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충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 있어야"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의 판단을 항소심이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1심 중시 판결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월 29일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모(72)씨에대한 상고심(2017도7871)애서 이같이 판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항소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최씨는 2015년 1월경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있는 산에서 개간사업 시행계획 승인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중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굴삭기업자인 민 모씨로 하여금 근처에 있는 최씨 등 소유의 땅에 불법 성토(盛土)를 하도록 하여 산지를 전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일관하여 개간허가지에 식재된 수목을 제거하고 능선에서부터 수직으로 5m 내지 6m 정도를 절토하여 평탄화 하는 공사를 민씨에게 도급주었는데 민씨가 임의로 성토행위를 하였고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씨와 포크레인 기사인 이 모씨는 수사기관에서 최씨로부터 지시를 받고 성토행위를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1심은 최씨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민씨와 이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그 내용이 "최씨가 반대쪽에 내 지분이 1/2 있으니 괜찮다고 하였다", "최씨가 나무 사이로 큰 장비가 못 들어가니 작은 장비로 고랑을 메우라고 하였고, 나무는 죽이지 말라고 했다"라는 등으로 구체적이며, 이씨가 이 사건에서 민씨의 편을 들어 허위 증언을 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 최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추가 증거조사 없이 변론을 종결한 다음, "(피고인이 민씨에게 도급준) 공사는 개간허가지의 능선부를 깎아 내어 평탄화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므로 그 과정에서 다량의 잉여 토사가 나오게 되는데, 피고인은 공사대금 3000만원 중 1500만원을 잉여 토사를 외부로 반출하는 비용으로 책정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민씨는 1심에서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임을 시인하였는데, 민씨는 공사를 하면서 단 1대 분량의 토사도 외부로 반출하지 아니하여 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그 이유를 채권자인 피고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거짓말할 동기를 가지게 되는 반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의 공사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이상 민씨에게 계약대로 잉여 토사를 외부로 반출할 것을 요구하면 족하므로 굳이 형사처벌까지 각오하고 성토행위를 지시할 동기가 없다"고 지적한 후, 민씨와 이씨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민씨에게 성토행위를 지시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1심판결을 깨고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다시 항소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형사공판절차에서 1심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 논리성 · 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나, 이에 비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상 1심 증인이 한 진술에 대한 항소심의 신빙성 유무 판단은 원칙적으로 증인신문조서를 포함한 기록만을 자료로 삼게 되므로,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진술 당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신빙성 유무 평가에 반영할 수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니게 된다"고 전제하고,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이와 같은 1심 증인의 진술에 대한 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1심판결 내용과 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민씨와 이씨의 1심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그러한 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하는데, 원심이 지적한 사정들은 수사와 1심 과정에서 이미 지적되었던 사정들로서 1심이 민씨와 이씨의 1심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면서 이미 고려했던 사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1심에서 유죄의 근거로 삼은 1심 증인들의 진술들에 관한 신빙성을 배척하는 판단을 한 원심판결에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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