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직속상관 부임 환영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 중 교통사고로 사망…공무상 재해"
[행정] "직속상관 부임 환영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 중 교통사고로 사망…공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17.11.0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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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소속기관 지배 · 관리 상태 행사"
직속상관 부임 환영 회식에 참석했다가 만취되어 귀가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공무원에게 공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9월 29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공무원 이 모씨의 유족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61478)에서 "순직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과 공무상요양 불승인 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충청남도의 군 산하 사업소 팀장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2016년 7월 7일 오후 6시 30분 사흘 전인 7월 4일 새로 부임한 사업소장이 주재하는, 사업소장 이하 14명의 전직원이 참석하는 신임소장 환영 회식에 참석했다. 이씨는 평소 주량은 소주 2병 정도였으나, 이날 회식참석자 대부분이 돌아가며 술을 권하는 바람에 빠른 속도로 주량 이상을 마셔 술에 취하게 되었다.

이씨는 회식이 진행 중이던 오후 8시 15분쯤 다른 팀장 김 모씨와 함께 식당에서 20m 가량 떨어져 있는 맞은 편 치킨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그곳에서 약 10분간 맥주 1잔씩을 마시며 향후 사업소 운영 방향에 관하여 간단히 대화를 나눈 뒤, 술에 많이 취하였음을 이유로 먼저 귀가하고자 자리를 뜨게 되었다. 이씨는 김씨의 도움으로 택시에 승차한 뒤 집으로 출발하였으나, 집에 도착하지 못하고 편도 2차선 도로의 진행 방향으로 술에 취하여 비틀대며 걷다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승용차에 치어 사망하였다. 이에 이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에게 순직유족보상금과 공무상요양 승인을 신청했으나, '이씨가 정상적인 퇴근 경로를 벗어나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택시 승차지점과 이씨의 집은 약 1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으나, 이씨는 알 수 없는 경위로 집에 들어가지 아니한 채 집에서 300m 떨어진 편도 2차선 도로를 배회하는 모습이 CCTV에 촬영되었다. 이씨는 이 도로를 술에 취한 채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 사이에서 1차선과 2차선을 넘나들며 비틀거리다 넘어져 다시 일어나 걷는 등 위태롭게 보행하였고, 그 위험성을 목격한 사람들이 112에 신고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통상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하였더라도,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소속기관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던 때에는 이를 공무원연금법 61조 1항이 정하는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이러한 행사나 모임 과정에서의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러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로 사망하게 되었다면, 그 과음행위가 소속기관장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자신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거나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사고는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사고 전에 참석한 회식은 이씨의 직속상관인 사업소장의 부임을 환영하기 위하여 사업소장의 주재 아래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고, 그 회식비용이 사업소가 받은 상금으로서 공금으로 관리되던 돈에서 지출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속기관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개최된 행사라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는 회식을 마친 뒤 택시로 멀리 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집으로 출발하였다가 집에 들어가지 아니한 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방법으로 편도 2차선 교외 도로를 걷다가 사고로 사망하였는바, 이는 회식 도중의 과음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을 상실하는 등 정상적인 판단능력에 장애가 생긴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봄이 경험칙상 타당하고, 달리 그 과음행위가 소속기관장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씨 자신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 의하여 이루어졌거나,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는 등의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씨의 사망은 공무상 부상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바,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순직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과 공무상요양 불승인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피고는 "사고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을 벗어나 퇴근하던 도중 발생한 것에 불과하므로, 공무상 부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씨가 통상적인 퇴근경로를 벗어나 사고를 당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사고는 앞서 본 것처럼 공무의 일환으로 참석한 회식 과정에서의 과음으로 판단능력에 장애가 생긴 데에서 비롯된 것이고, 퇴근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을 벗어난 원인 자체가 공무의 하나로 인정되는 회식 과정에서의 과음에 있는 이상, (공무상 재해라는) 판단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아니한다"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의 사망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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