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이혼 소송 중 카카오스토리에 가족사진 함부로 공개 안 돼"
[민사] "이혼 소송 중 카카오스토리에 가족사진 함부로 공개 안 돼"
  • 기사출고 2016.05.1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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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부지원] "초상권 침해…위자료 200만원 지급하라"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이 부인의 동의 없이 '카카오스토리'에 가족사진을 올렸다. 법원은 부인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사진을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재판장 전지환 부장판사)는 4월 15일 부인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5가합1511)에서 "B는 카카오스토리의 일부 게시물을 삭제하고, A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와 B는 2005년경 미국에서 만나 동거하다가 2007년경 자녀 C를 낳았다. 두 사람은 2008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가정을 꾸렸지만 자녀 C의 양육방법과 양육비 부담 등에 관한 갈등이 계속됐다.

B는 2015년 6월경 A에게, A가 사용하고 있던 B 명의의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A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역을 모두 삭제한 다음 B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 B는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던 A의 지인들의 연락처, 문자메시지, 사진 등을 복원, A의 지인들에게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을 한 뒤 자신의 계정에 A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가족사진 등이 첨부된 게시물과 두 사람의 재혼 과정 등이 담긴 게시물 10여개를 올렸다. B는 이 과정에서 A에게 '5분 내로 전화 없으면 다 카카오스토리에 밝히겠다' 등의 메시지를 수차례 보내기도 했다.

이에 A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B를 수사기관에 고소하고, B를 상대로 접근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 인용 결정을 받았다. A는 이어 "B가 지인들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게시물을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B를 상대로 게시물의 삭제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현재 A는 부산에서 C를 양육하고 있고, A, B 사이에 이혼소송이 계속 중이다.

재판부는 A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 첨부된 게시물에 대해, "피고는,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은 원, 피고 또는 자녀인 C와 함께 촬영한 것이거나 피고의 가족생활에 관한 사진으로 게시하는데 원고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초상권에는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묘사되지 않을 권리 이외에도 촬영물 등에 대한 공표거절권이 포함되므로, 원고의 묵시적 또는 명시적 동의 없이 원고의 얼굴이 포함되어 있는 사진을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카카오스토리에 게시하는 행위는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게시물에 원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행위는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는 A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들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재혼 과정 등이 담긴 게시물에 대해서도, "일부 게시물은 원고가 자녀 C를 낳은 후 자녀의 주변 사람들에게 피고가 C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겼고, 원고와 원고의 가족들이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해운대 부근에서 피고가 딸인 C를 만나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원고와 C가 피고가 거주하는 서울에 방문하였으면서도 피고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고가 C의 학교에도 피고가 C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겼다는 취지의 내용이고, 나머지 게시물은 원고가 미국에서 술집 접대부로 일하였고, 유부남인 피고와 미국에서 동거생활을 하던 중 자녀를 출산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피고와 전처의 가정이 파탄되었을 뿐 아니라, 원고가 피고의 신분증 및 인감도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피고와 전처 사이의 이혼신고절차를 처리하였다는 취지의 내용인데, 이는 적시된 사실 자체에 의하여 원고에 대한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행위이고, 아울러 일반인의 감수성을 기준으로 하여 개인의 입장에서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서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개인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사항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행위는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B는 이들 게시물이 이미 삭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현재 게시물이 카카오스토리에 게시되어 있음을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 게시물에 대한 삭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게시물을 게시한 행위는 원고의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 액수를 200만원으로 정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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