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집단 손배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집단 손배소
  • 기사출고 2012.01.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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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책임법상 책임…위험문구도 표시 안 해""국가도 영유아 사망 방치…주의의무 게을리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서 쓰다가 폐질환 등으로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4명의 유가족이 살균제 제조 · 판매업체와 국가를 상대로 피해자 1명당 2억원씩 모두 8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가습기 살균제란 가습기에 끼는 물때와 세균 등을 소독하기 위해 나온 제품으로, 일반 소비자가 구입해 가습기 물에 타서 사용해 왔으나,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져 2011년 8월 말 출시가 금지됐다. 또 역학조사 결과 건강에 나쁘다는 인과관계가 밝혀진 업체 제품에 대해선 지난 11월 11일자로 수거명령이 내려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월 17일 현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등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34명이며, 이 가운데 10명이 사망했다.

피해자 유가족들은 1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옥시 싹싹 뉴 가습기당번',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피고업체들이 만들어 판 가습기 살균제를 신생아인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해 왔으나, 갑자기 계속적으로 극심한 기침, 호흡 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하였다"며, "피고 업체들은 제조물책임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제품들의 표면에는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체에 무해하여 흡입하여도 안전, 유아 및 환자에 안전' 등의 문구를 기재하여 광고하는 등 제품을 사용함에 있어 요구되는 합당한 위험문구 등을 표시하여 지시 · 경고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며, "이들 제품에는 설계상의 결함 및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사망이 야기되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이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한 피고 업체는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 주식회사 한빛화학, 주식회사 버터플라이이펙트 등 3곳이다.

유가족들은 또 국가에 대해서도 "신속한 역학조사를 하여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판매 및 사용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등한시하여 피해자 등 영유아의 사망을 사실상 방치하였다"며, "이 사건 제품의 성분 등을 관리 · 감독해야 할 보건당국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따라서 "국가의 관리 및 감독의무 소홀이라는 위법한 부작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들의 사망을 능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국가는 안전성 등에 대한 관리 · 감독자로서 국가배상법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고 업체들과 함께 부진정연대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법무법인 정률, 덕수, 백석이 공동으로 대리하고 있다.

대리인단은 "지금까지 업체나 정부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매우 소극적인 채 특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보건환경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의 소송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미정 기자(mjk@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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