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총련 대의원 상고심서 국가보안법 필요성 간접 역설'지극히 퇴영적 · 일방적인 논리만 대변' 민변 등에선 반박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의 주요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데 이어 대법원이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정면 비판하며 국보법의 존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역설한 판결문을 내놓아 파장이 일고 있다.대법원 제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지난 8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씨 등 전 한총련 대의원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 각각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에서 상고 이유를 판단함에 있어 국가보안법의 규범력 해석과 관련, 적지않은 분량으로 "국가안보에는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이석태)은 즉각 논평을 내고,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여, 야 정치권에서도 제각각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안보에 한치의 허술함, 안이한 판단 허용할 수 없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북한의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여부와 관련,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라는 2003년 4월8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 등을 소개하고, "스스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에는 여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라의 체제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것이므로 국가의 안보에는 한치의 허술함이나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대법원의 종전 견해와 달리 북한이 이제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없다거나 혹은 형법상의 내란죄나 간첩죄 등의 규정만으로도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을 소멸시키거나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하는 등의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북한은 50여년 전에 적화통일을 위하여 불의의 무력남침을 감행함으로써 민족적 재앙을 일으켰고,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해 오고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향후로도 우리가 역사적으로 우월함이 증명된 자유민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체제를 양보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이념과 요구에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는 이상, 북한이 직접 또는 간접 등 온갖 방법으로 우리의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시도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소지한 '10기 한총련 정기대의원대회 자료집'의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 여부에 관한 판단에서 "체제를 위협하는 표현 등의 자유까지도 널리 허용해 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정당성을 제고시키는 길이라거나, 또는 우리 사회가 이미 상당히 성숙되어 있어 그러한 표현이나 이에 따른 행동이라도 능히 소화해 낼 수 있으므로 오히려 이를 널리 포용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사회를 더욱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며,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자유까지 허용함으로써 스스로를 붕괴시켜 그토록 추구하던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여서는 아니되므로 체제를 위협하는 활동은 헌법 37조 2항에 의한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더욱이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수호를 위하여 허용과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사 표현…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위험에 빠뜨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이석태)은 이에 대해 9월2일 논평을 내고, "대법원이 판결에서 입법정책에 대한 호, 불호를 표현한 것은 사법부의 본래 기능을 뛰어넘어 정치적인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3권 분립의 원칙을 스스로 어긴 셈"이라며, "대법원의 이러한 태도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정치적 의사표현을 함으로써 스스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을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점을 지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지극히 퇴영적이고 일방적인 논리만을 대변하고 있으며,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지적하는 견해를 지극히 단순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보안법의 개선이 ‘스스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라고 단정하고 있다"며, "'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여 스스로 일반 국민의 인식과 괴리되는 전제를 취하는 등 여러 곳에서 지극히 편향적인 견해만을 선택하여 이번 판결을 선고하였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갑배 대한변협 법제이사도 "남북관계 변화와 국민의식의 성숙도 등을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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