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이재욱 판사는 2월 13일 울산 남구에 있는 SK멀티유틸리티(SKMU)의 석탄 반입장에서 운송업체 소속 덤프트럭 운전기사의 오조작으로 하청업체 근로자가 석탄에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인 SKMU 대표이사(54)와 하청업체 대표이사(6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4고단205).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 안전보건관리체계 미구축 등과 사망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2022년 12월 20일 12:10쯤 적재함에 석탄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석탄을 내리는 과정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A(63)씨가 석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석탄을 하역할 때는 덤프트럭 적재함 후방 게이트를 열고 적재함을 상승시키면서 석탄을 호퍼(깔때기 모양의 구조물)로 내려보내야 하는데, 덤프트럭 운전기사 B(72)씨가 적재함 후방 게이트를 열지 않은 채 적재함을 올리는 바람에 덤프트럭과 적재함이 A씨 쪽으로 넘어지며 석탄이 주변에 있던 A씨를 덮친 것이다.
해당 덤프트럭에는 최대 적재중량인 25.65t을 초과한 석탄 38t이 실려있었고, 적재함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과적된 석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유압 실린더가 꺾여 적재함이 넘어졌다.
검찰은 원하청 대표이사가 감시인 배치, 출입구 폐쇄, 출입 금지 통제선 설치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이 재해자에 대한 출입 통제 등을 완벽하게 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 등이 일부 있어도 이 사건 사고는 기본적으로 B의 오조작으로 적재함의 후방 게이트를 열지 않은 채 적재함을 들어 올려 유압실린더가 부러지면서 공교롭게 적재함과 덤프트럭이 재해자 쪽으로 넘어져서 발생한 사고이지, 위 피고인들의 근로자들을 낙하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 위반, 안전보건관리체계 미구축 등과 사망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내지 객관적 귀속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에 '하역중 절대출입금지'라고 주의사항이 벽면에 기재되어 있어서, 위 피고인들이 이를 위반하는 일부 근로자들에 대한 출입통제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일부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덤프트럭이 석탄을 하역하기 위해 입출입하면서 근로자와 충격하거나, 적재함에서 떨어진 석탄에 근로자가 맞는 사고를 당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지, 이에 더 나아가 운전자의 오조작에 의한 덤프트럭의 전도로 인한 사망사고까지 위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위 피고인들의 불법(과실)의 정도에 비하여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어서 부당하고, 이러한 피고인들의 일부 잘못은 민사책임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오조작과 과적 등으로 사망사고를 낸 덤프트럭 운전기사 B씨와 B씨가 소속된 운송회사의 대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원청인 SKMU에 대해선 이 사고와 별도로, 사업장에 안전난간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점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SKMU와 SKMU 대표이사를 변호했다. SKMU 대표이사는 법무법인 해송이 함께 변호했으며, 하청업체와 이 업체 대표이사는 법무법인 동인이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