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변경방법을 위반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는 기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는 2022년 4월 25일 오후 4시 35분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편도 5차로 중 2차로로 진행하다가 3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3차로에서 진행하고 있던 B가 운전하는 트랙스 승용차와 충돌하여 교통사고를 내 범칙금 3만원의 통고처분과 면허벌점 20점을 부과받았다. 경찰은 A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으나 A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에 관하여 불입건 결정을 하였다.
A는 그러나 위 범칙금을 납부했다가 같은 해 6월 17일 돌려받았다. A는 수사기관에서 그 이유에 대해 면허벌점 20점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이 피고인의 범칙금 미납을 이유로 즉결심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청구기각 결정을 했다. 이에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 피고인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졌다.
검사는 A가 진로변경방법을 위반해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하면서도, A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교통사고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기소를 하지 아니하고, 위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진로변경방법 위반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A를 기소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가 종합보험 등에 가입된 경우에는 운전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중앙선 침범이나 음주운전 등에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 19조 3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차의 진로를 변경하려는 경우에 그 변경하려는 방향으로 오고 있는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을 때에는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제156조 제1호)
A에 대한 상고심(2024도8903)을 맡은 대법원 제2부(주심 박영재 판사)는 10월 31일 "A에 대한 공소제기는 적법하다"고 판시,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진로변경방법 위반의 범칙행위로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나 종합보험 가입으로 벌을 받지 아니하게 되었으므로 도로교통법 제162조 제2항 제2호 단서에 따라 통고처분의 대상인 '범칙자'에 해당하고, 통고처분에 따라 범칙금을 납부하면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처벌받지 않게 되는데(도로교통법 제164조 제3항), 피고인이 면허벌점 부과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미 납부한 범칙금을 회수한 후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결과 도로교통법과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에 따라 후속절차가 진행되어 이 사건 공소제기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공소제기 절차는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거기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의 취지에 반하는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소제기 절차가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는,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른 교통사고 및 도로교통법규 위반행위 처리 절차, 범칙금 통고처분의 요건,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