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전의 국가 비전
수도 이전의 국가 비전
  • 기사출고 2004.08.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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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수 변호사]
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황도수 변호사
급기야 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었고, 수도 이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이며,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시켜 신지역주의를 조장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 이전에 대한 공방을 지켜보면 우리가 정책에 관한 논의를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진행하는지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수도 이전에 관하여 무조건 안 된다는 주장과 무조건 강행하겠다는 주장이 반복될 뿐, 수도 이전과 관련된 구체적인 국익의 득실을 따진다든지, 수도 이전이 가지는 국가적인 비전이 잘됐다 잘못됐다는 등의 건설적인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은 "국가 중추기능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고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적 조류에 부응하며,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의 강화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수도 이전과 관련하여 이 법률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수도가 '충청권'에 건설된다는 것뿐이다.

나머지 모든 사항은 대통령소속의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위원회가 이전대상 주요국가기관, 이전방법 및 시기, 이전 소요비용, 신행정수도의 인구 · 면적 등 도시의 규모, 집중형 · 분산형, 독립형 · 의존형 등 도시의 형태, 신행정수도의 상징과 이미지 등에 관하여 모든 사항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즉, 법률에서는 새로운 수도의 형태와 의미에 대하여는 아무 것도 정한 것이 없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지금은 ‘수도 이전이 된다, 안 된다’를 다툴 시점이 아니라, 새로운 수도의 형태와 의미에 대한 비전이 먼저 제시되고, 그에 대하여 찬반의 논의가 전개되어야 할 시점라고 보아야 한다.

수도 이전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고, 수도 이전으로 국민 전체가 얻을 수 있는 국익이 무엇이고, 국익이 더욱 더 증대될 수 있는 수도 이전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논의하여야 할 때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수도 이전에 따른 새로운 비전으로 서울과 이전할 새 수도를 연결하는 '광역수도권벨트'를 형성하는 것도 한 구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즉, 새로운 수도를 충청권에 건설한다면 단순히 수도 기능의 분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서울과 새 수도를 고속철도와 외국에서와 같은 속도 무제한의 고속도로로 엮어 수도권 벨트를 형성한 후 그 수도권 벨트에 자연친화적인 주거단지와 기업단지를 대거 조성함으로써 한반도의 명실상부한 중추가 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수도권 벨트의 모든 지역에서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이용하여 서울과 새 수도를 1시간 내에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의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및 앞으로 확장 건설될 평택항을 통하여 국제화와 세계화를 이뤄낸다면 그것은 곧 국부의 증대로 이어진다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예를 보면 도시와 도시는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권역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았는데, 우리의 경우는 '서울은 서울, 충청은 충청식'으로 도시별로 제각각 고립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수도 이전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에 매달릴 게 아니라 수도 이전에 따른 구체적인 비전의 제시와 이에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서둘러야 한다.

다시한번 지적하지만 지금까지의 논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수도가 이전되면 수도권 집중에 따른 부작용이 해소된다는 정도의 소극적인 계획만이 느껴질 뿐, 적극적으로 새로운 수도가 국가의 발전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현재의 수도인 서울과는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여 국가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구상이 없어 보인다.

새로운 수도가 건설되면 국민들의 삶의 수준이 어떻게 얼마나 향상될 것인지, 국부에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오는지에 관하여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비전이 제시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비전의 부재, 아니면 홍보 부족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수도 이전에 관한 공청회도 이런 점에서 보면 만족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수도 이전의 국가비전’을 수립할 권한을 가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수도이전이 된다, 안 된다’는 식의 소모적인 정쟁을 그냥 바라보거만 있거나 그 정쟁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국가비전을 제시하면서 건설적인 비판과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황도수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법학박사(헌법학) 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괴팅겐 대학에 연수했습니다. 27회 사법시험에 합격,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역임한 후 1999년 11월부터 율경종합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법학회와 헌법학회 이사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단행본 '헌법재판실무연구' 등이 있습니다.

본지 편집위원(dshh@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