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인출금액의 10% 받기로 하고 체크카드 보관했으면 함정수사였어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유죄"
[형사] "인출금액의 10% 받기로 하고 체크카드 보관했으면 함정수사였어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3.01.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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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범죄 실행 여부 고려할 필요 없어"

전자금융거래법 6조 3항 2호는 '대가를 수수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보관하는 행위'를, 같은항 3호는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보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같은법 49조 4항 2호는 이를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 대가를 받기로 하고 체크카드를 보관한 경우도 범죄가 성립할까?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월 12일 "죄가 된다"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1도10861)에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인천지법에 파기환송했다.

A는 2020년 8월 중순 B가 '하루에 100만 원 이상 벌어 가실 분 구함'이라는 광고를 올린 것을 보고 연락하여 일을 달라고 한 후 2020년 9월 8일 오후 B로부터 '조건만남 해서 협박한 돈이 입금되는데, 체크카드 2개를 받아 돈을 인출해 주면 인출금의 10%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 같은날 오후 5시 40분쯤 충북 청주시 노상에서 퀵서비스 기사로부터 체크카드 2장을 전달받아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던 중 현장에 미리 잠복 중이던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이에 앞서 수사협조자가 SNS '트위터'에서 '불법자금 세탁'을 해준다는 취지의 광고 글을 보고 2020년 9월 8일 오후 1시쯤 광고 글을 게시한 B에게 '조건협박 피해금을 전달받은 계좌 2개의 체크카드를 보내고 인출금의 14%를 줄 테니 체크카드를 퀵으로 받아 인출을 해 달라'는 취지로 요청하였고, B가 이를 수락하자 수사협조자가 그 내용을 경찰에 제보한 사건이다. 수사협조자는 B에게 B가 부른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카드 2장을 전달했고, A가 B로부터 이 2장의 카드를 전달받았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항소심은 맡은 인천지법 재판부는 "체크카드 2장은 경찰과 수사협조자가 피고인을 검거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일 뿐 실제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접근매체가 아니므로,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범죄 이용 목적 접근매체 보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의 '범죄에 이용할 목적'은 이른바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그 목적에 대하여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목적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인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은 본래 내심의 의사이므로 그 목적이 있는지는 접근매체를 보관하는 구성요건적 행위를 할 당시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되고, 거래 상대방이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또는 피고인이 인식한 것과 같은 범죄가 실행되었는지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며 "피고인은 타인 명의 금융계좌에서 범죄로 인한 피해금을 인출해 주는 일을 하고 수수료를 받기로 약속한 후 그 금융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전달받아 보관한 것으로, 대가를 수수하기로 약속함과 동시에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보관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이 받기로 한 수수료가 보관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가 아니라거나 실제로는 그 체크카드를 이용한 범죄가 현실화될 수 없다는 이유로 '대가관계'나 '범죄 이용 목적'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타인 명의 금융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근절하고자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규정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보관'은 타인 명의 금융계좌를 불법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타인 명의 접근매체를 점유 또는 소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여기서 '대가'란 접근매체의 보관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하는데, 타인 명의 금융계좌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고 그 불법적인 이용을 위하여 접근매체를 보관한 경우라면 접근매체의 보관에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약속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