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일제 때 '조상 땅' 정부가 매도해 등기부취득시효 완성됐어도 국가 상대 부당이득 반환청구 불가"
[민사] "일제 때 '조상 땅' 정부가 매도해 등기부취득시효 완성됐어도 국가 상대 부당이득 반환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3.01.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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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소유자가 입은 손해, 매매계약과 직접 관계 없어"

개인이 일제강점기 사정받은 토지에 대해 국가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뒤 1997년 12월 5,499만원을 받고 제3자에게 매도했다. 이에 토지를 사정받은 사람의 후손들이 토지 매수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를 청구했으나 등기와 점유개시 후 10년이 지나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패소가 확정되었다.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월 29일 일제강점기인 1917년 10월 15일 진위군 임야 2단 6무보를 사정받은 A씨의 후손 11명이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72275)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토지 매매대금인 5,499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토지의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입게 된 손해는 등기부취득시효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과일 뿐 국가와 제3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용재 변호사가 상고심에서 국가를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적법한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무권리자가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소유권보존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두 무효"라며 "따라서 이 경우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또 무권리자가 제3자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이 원소유자에게 미치는 것도 아니므로, 무권리자가 받은 매매대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이를 원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무권리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제3자나 그 후행 등기 명의인의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된 경우 원소유자는 소급하여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되나, 그러한 손해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과일 뿐 무권리자와 제3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며 "무권리자가 제3자와의 매매계약에 따라 대금을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가 받은 매매대금 5,499만원은 이 사건 모토지를 매도한 것에 대한 대가일 뿐 이후 피고가 원고들 또는 그 선대에게 이 사건 각 토지 소유권 상실이라는 손해를 가하고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가 사정받은 토지는 6 · 25 전쟁으로 지적공부가 멸실되었다가 1977년 3월 소유자가 기재되지 않은 채로 임야대장이 복구되었다. 국가는 1986년 12월 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후 1997년 12월 이를 B씨에게 5,499만원에 매도하고 1998년 1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후 이 토지는 분할, 등록변경, 지목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 평택시 창고용지 519㎡, 도로 460㎡, 임야 1,600㎡가 되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도 하였으나, 국가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 과정에서 고의 · 과실에 의한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기각되었으며, 항소심에서 예비적으로 추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용되자 국가가 상고하여 이마저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로 뒤집힌 사건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