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따른 이주대책 대상 예정자가 최종 대상자 선정 전 사망했다면 보상 외의 추가적인 이주대책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는 8월 25일 신고리 5 · 6호기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따른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전 사망한 A(여)씨의 자녀가 "이주대책 대상자 제외 처분을 취소하라"며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7949)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유한) 서울센트럴이 한국농어촌공사를 대리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신고리 원자력 5, 6호기 건설사업'에 관하여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및 토지보상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A씨는 2008년 5월 울산 울주군의 한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6월부터 거주해 오다가 그 일대에 신고리원전 5 · 6호기 건설이 추진되자 2017년 12월에 나온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주대책대상 예정자 선정 공고에 따라 2018년 1월 이주대책 수립을 신청했다. A씨는 2018년 1월 공공용지의 협의취득을 등기원인으로 하여 한수원에 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넘겼으나 2019년 4월 사망,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업무를 맡은 한국농어촌공사가 2019년 10월 2일 이주대책대상자를 선정하며 A씨는 '부적격'이라는 이유로 제외했다.
A씨 사망 2년여 뒤인 2021년 4월, 자녀인 원고가 한국농어촌공사에 'A씨를 상속한 자신을 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한국농어촌공사가 위 내용증명에 대한 답신의 형식으로 '원고가 토지보상법 등 관련 법률 및 국토교통부 유권해석 등에 따른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이주대책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처분을 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다35783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인용, "구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1항이 사업시행자에게 이주대책의 수립 · 실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하여 그 규정 자체만에 의하여 이주자에게 사업시행자가 수립한 이주대책상의 택지 분양권이나 아파트 입주권 등을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수분양권)가 직접 발생하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으며, 사업시행자가 이주대책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해당자에게 통지 내지 공고한 후, 이주자가 수분양권을 취득하기를 희망하여 이주대책에 정한 절차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신청을 하고 사업시행자가 이를 받아들여 이주대책 대상자로 확인 · 결정하여야만 비로소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게 된다"고 전제하고, "이주대책은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이주자들을 위하여 종전의 생활상태를 유지 · 회복시켜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A가 사망함으로써 이주대책을 통하여 A의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할 필요성이 상실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된 사실도 없으므로, A에게 이주대책 대상자로서의 지위 혹은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A가 이주대책 대상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권리 승계 혹은 상속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한수원이 선정기준을 발표하면서 2018. 3. 5.을 예정일로 정하여 이주대책대상 예정자를 통보하겠다고 공고한 사정만으로는 A를 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할 것이라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당초 고지한 바와 달리 2019. 10. 2.에야 이주대책 예정자를 통보한 것은 대규모 공익사업에 따른 제반 절차 및 이해관계의 조정 등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그 이전에 A가 사망함으로써 이주대책 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신뢰보호에 어긋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