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20대女가 심장수술 받은 후 식물인간 상태…대학병원 책임 70%"
[의료] "20대女가 심장수술 받은 후 식물인간 상태…대학병원 책임 70%"
  • 기사출고 2024.11.2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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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출혈 의심 증상 불구 적절한 검사 · 조치 안 해"

20대 여성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후 하루 만에 심정지가 발생해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법원은 대학병원에 7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유상호 부장판사)는 11월 5일 심장수술을 받은 후 식물인간 상태가 된 A(사고 당시 24세 · 여)씨와 그 부모가 전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합55591)에서 피고의 책임을 70%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200,000,1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1월경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에서 심장 이상에 관한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심방 중격에 크기 3.32㎝와 2.3㎝의 결손과 이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그 해 5월경부터 이 병원 흉부외과에서 외래로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전남대병원 주치의는 같은 해 7월 3일 A씨에게 자가 조직의 심막을 이용한 심방중격결손 폐쇄술을 시행했다. 수술 도중에는 심폐 기능을 대신할 인공심폐기로 체외 순환(바이패스)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체내에 있을 때보다 혈액이 더 응고되기 쉬운 만큼, 전남대병원 의료진은 혈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술 과정에서 A씨에게 항응고제인 '헤파린'과 헤파린을 중화시키는 길항제인 '프로타민'을 차례로 투여했다.

그러나 A씨는 수술 이튿날 심정지가 발생했고 후유증으로 저산소성 뇌손상 · 뇌부종 등이 나타나면서 자발적인 의사 표현과 보행이 불가능한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현재 전남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재판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소속 감정의 및 대한의사협회 2차 감정의의 소견을 종합하여 보면, A는 이 사건 수술 이후 발생한 헤파린 재활성화(rebound) 현상으로 인하여 우측 늑강 부위에 삼출(oozing) 출혈이 발생하였고, 서서히 출혈이 누적되면서 다량의 출혈로 이어졌으며 이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와 우측 늑강에 고인 혈액으로 인한 심장 압전이 중첩되어 약 10분 동안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심정지가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하여 이 사건 악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수술 이후 A는 헤파린 재활성화로 인한 출혈을 의심할 만한 증상들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검사 및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 병원 의료진들의 과실로 인하여 A에게 이 사건 악결과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헤파린을 중화시키기 위해 프로타민을 투여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헤파린의 약리작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헤파린 재활성화라고 한다. 헤파린이 재활성화될 경우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소량의 프로타민을 재투여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재판부는 "헤파린 재활성화 현상의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고 그 원인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헤파린의 중요한 합병증은 출혈이고 헤파린의 반감기는 용량에 따라 변하며, 헤파린에 대한 응고기전의 민감도와 헤파린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혈액에서 제거되는 비율은 환자마다 다양하고, 출혈의 위험성도 환자마다 다양할 수 있으므로 통상적인 용량의 헤파린과 프로타민을 투여한 경우에도 헤파린 재활성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비록 드물기는 하지만 실제로도 통상적인 용량의 헤파린과 프로타민을 투여한 이후 헤파린 재활성화 현상이 발생한 사례들이 보고 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 1차 감정의를 포함한 법원의 감정의들은 모두 헤파린 재활성화의 가능성에 관하여 언급한바 헤파린의 투여 이후 위와 같은 부작용으로 인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임상의학의 수준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사건 수술은 인공심폐기를 이용한 심폐바이패스를 시행함에 따라 적지 않은 용량의 헤파린이 투여되고, 그와 같이 헤파린이 투여된 혈액이 전신을 순환하게 되어 수술 부위가 아닌 부위에서도 헤파린의 영향으로 인한 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들로서는 수술 이후 A에게 출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관찰하고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들이 발견되었다면 출혈 여부 및 부위에 관한 추가 검사와 치료 등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들이 원고 A에게 '이 사건 수술 과정에 투여되는 헤파린이 재활성화 되어 다량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심정지, 저산소성 뇌손상 등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들의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되는바,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수술을 받을 것인지에 관한 원고 A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의 경위, 악결과의 예측가능성, 피고 병원 의료진들의 과실 내용과 위반의 정도, 피고 병원 의료진들의 과실이 악결과 발생에 기여한 정도, A의 기왕증, 과거와 현재 상태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윈스가 원고들을, 피고는 법무법인 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