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ㆍ 비진술 증거 모두 '위법수집 증거능력 배제' 원칙 확립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김태종 기자=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놓고 논란을 낳았던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법원이 변호인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그동안 진술증거는 수집과정에서 위법을 범하면 증거능력을 부정했지만, 증거물 등 비진술증거는 수집과정이 위법해도 형상 ㆍ 내용에 변화가 없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증거능력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진술 ㆍ 비진술 증거 모두 위법수집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15일 지난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과 공모해 선거운동을 기획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상고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동안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검찰이 김 지사의 측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당시 영장 허가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서류를 압수한 것은 '위법 수사'인 만큼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을 부여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검찰은 압수가 적법했다고 주장했었다.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위법 수집된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 ㆍ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증거능력 배제가 사법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 경우라면, 법원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내년부터 시행될 개정 형소법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심리에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중 11명(1명은 해외출장으로 제외)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위법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다수 의견과 '수집절차에 위법이 있는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위법 사유가 중대한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 부정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소수 의견으로 나뉘었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고현철 ㆍ 김용담 ㆍ 김영란 ㆍ 박시환 ㆍ 김지형 ㆍ 이홍훈 ㆍ 박일환 ㆍ 전수안 대법관 등 9명이 다수 의견을, 양승태 ㆍ 김능환 ㆍ 안대희 대법관 등 3명이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2월 공무원 2명과 사촌동생으로부터 5.31 지방선거에 대비한 지역별 책임자 후보 명단과 '지역별 · 직능별 · 특별관리 책임자 현황'을 보고받는 등 공무원들과 공모해 선거운동을 기획한 혐의로 기소돼 1 ㆍ 2심에서 모두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위법수집 증거를 인정하지 않은데다 내년부터 시행될 형소법 부칙은 '이 법 시행 당시 수사 중이거나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둬 내년부터는 법원이 위법수집 증거에 대해 더 엄격히 따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사정 변화가 없다면 이 사건은 무죄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임주영[zoo@yna.co.kr] · 김태종 기자[taejong75@yna.co.kr] 2007/11/15 16: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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