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넷플릭스, '망 사용료' 소송 패소
[IT] 넷플릭스, '망 사용료' 소송 패소
  • 기사출고 2021.07.02 09: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 있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6월 25일 인터넷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이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SK브로드밴드뿐 아니라 KT · LG유플러스도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두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김형석 부장판사)는 6월 25일 넷플릭스와 넷플릭스의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2020가합533643)에서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에 대해 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는 청구를 기각하고, 협상할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는 청구는 각하했다. 김앤장이 넷플릭스를, SK브로드밴드는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준거법과 관련, "이 사건은 원고들의 청구에 미국 회사인 원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원고들이 대한민국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대한민국 영토 밖의 해저케이블에 설치된 피고의 국제선 망 등의 이용과 관련한 부당이득 반환채무 등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청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외국적 요소가 있어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국제사법 제31조, 제33조에 의하면, 부당이득은 그 이득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하되,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대한민국 법을 그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에 관한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이라는 점에 관하여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의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우선, 원고 넷플릭스의 도쿄와 홍콩에 위치한 캐시서버(OCA)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일본/홍콩과 한국 사이의 해저케이블 및 피고의 한국 내 전용회선을 거쳐 피고가 구축한 국내 인터넷 망을 통하여 최종이용자에게 도달하고, 원고 넷플릭스와 피고 사이에 별도의 기간통신사업자(ISP)가 존재하지 않아 원고 넷플릭스가 피고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원고 넷플릭스는 피고를 통하여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통신사가 자사망에 흐르는 합법적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인 망 중립성에 관한 논의나 '전송의 유상성'에 관한 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결국 원고들은 피고에게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연결에 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와 같이 보는 것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형평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직접 연결되어 SK브로드밴드의 이용자에게 한정하여 콘텐츠를 전송할 뿐 SK브로드밴드로부터 전 세계적인 연결성을 제공받고 있지는 않으므로 이와 같은 연결은 유상성이 인정되는 인터넷 접속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전 세계 여러 ISP와의 상호접속을 통해 원고들에게 전 세계적인 연결성을 제공할 수 있고, 원고들도 원하는 경우 얼마든지 원고들의 데이터를 전 세계에 송 · 수신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으로 피고를 통해 전 세계 각 종단으로 트래픽을 송신하지 않고 있을 뿐이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주장하는 전 세계적인 연결성이 보장된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설령, 피고가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연결성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원고들은 자신들의 콘텐츠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전송될 수 있도록 피고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특히 피고의 국제선 망에는 원고들의 트래픽만이 소통한다는 점에서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일반적인 CP와는 구별되는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며 "이러한 내용의 연결성 제공과 그와 같은 상태의 유지만으로도 원고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자신의 고객들에게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이익을 향유하게 되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경제적 가치가 있는 역무를 제공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들은 피고에게 적어도 연결에 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장래의 권리관계의 확인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부존재 확인 청구 부분은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연결에 관한 대가에 한정된다"고 지적하고, "원고들과 피고는 여전히 원고들이 피고의 망에 연결되어 있는 것에 관하여 그 대가의 지급 방식, 규모, 기준, 시기 등을 협상하는 과정에 있고, 그와 같은 협상의 체결 여부와 내용에 따라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원고들이 부담하는 연결에 관한 대가 지급채무의 범위가 정하여질 것으로 보이며,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볼 수 없는 현재로서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연결에 관한 대가 자체를 지급할 채무가 있음을 넘어 그 지급채무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들이 협상과정 내지 계약체결과정 중 그 상대방인 피고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아 피고의 망에 연결하고 그 연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현재 법률상 원인의 부존재를 요건으로 하는 부당이득 반환채무가 성립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국내 및 국제망을 통한 전송, 이러한 망의 운영, 증설 또는 이용에 대하여 그 대가를 지급할 채무'의 부존재 자체의 확인만을 구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이 피고에게 '연결에 관한 대가'를 지급할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이 부분 부존재 확인 청구는 전부 이유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 청구에 대해선, "원고들 스스로도 '협상의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 원고들은 소제기 이전부터 피고에게 자신들이 고안한 캐시서버인 OCA를 원고들의 비용으로 피고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하였고, 위와 같은 제안은 변론종결 시점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들은 OCA의 설치가 트래픽 전송 비용 절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위와 같은 비용 절감은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들의 망 이용대가 부담 방식 중 하나가 되거나 적어도 부담 범위를 정함에 있어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들과 피고는 여전히 원고들의 피고의 망에 대한 연결 등에 관한 대가의 범위와 지급 방식 등을 협상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넷플릭스 서비스의 제공으로 유발되는 인터넷 트래픽과 관련하여 대가를 지급하거나 비용을 분담하는 것에 관한 원고들과 피고의 협상이 종국적으로 결렬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이 진정한 의사와 달리 피고로부터 협상을 요구당하는 등 원고들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불안이 현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원고들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불안이 현존하지 않거나 불안제거의 유효 · 적절한 수단이라 볼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대법원 판결(91다14420 등)에 따르면,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은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 위험이 있고, 그 불안 · 위험을 제거함에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 · 적절한 수단일 때에 인정된다.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10월 넷플릭스에게 SK브로드밴드의 국제망 구간에 대한 증설비용 명목의 금원 지급을 요구하기 시작, 이후 두 회사 사이에 SK브로드밴드의 국내 및 국제망을 통한 전송, 망의 운영, 증설 또는 이용 등에 관한 비용 분담 또는 대가 지급과 관련해 메일 교환 등 협상이 지속되어 왔으나, SK브로드밴드가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를 상대로 '넷플릭스의 콘텐츠로 인하여 유발되는 트래픽으로부터 이용자 이익 보호와 품질 보호를 위하여 한국-일본 국제망 구간에 대한 증설비용 부담과 망 이용대가 지급이 수반된 캐시서버 설치 등 합리적으로 적절한 제반 조치를 마련하도록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라'는 취지의 재정신청을 하자 넷플릭스가 협상을 중단하고 소송을 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