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0일, 국회 본회의는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하였다. 위 개정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인 2020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허침해소송에서 손해액의 입증책임은 특허권자가 부담하는데, 손해액 산정을 위한 대부분의 증거는 침해자에게 편재되어 있어 그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허법은 특허권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손해액의 산정방법에 관한 특별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특허법 제128조). 그러나 위 규정에 의해 산정되는 손해액은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한도로 하는 것이어서 그 액수가 너무 낮다는 비판이 예전부터 있어 왔는데, 이번 개정법은 실무상 제기되어 온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손해배상액을 증액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인 바, 이하 그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기존 손해배상액은 제한적
특허법은 특허권을 침해한 자가 양도한 침해제품의 양도수량에 특허권자가 그 침해행위가 없었다면 판매할 수 있었던 물건의 단위 수량당 이익액(특허권자의 단위 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소위 "일실이익")을 특허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특허법에 의하면, 침해자의 침해제품 양도수량이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경우,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한도로 하여 손해액이 인정되므로, 침해자의 침해물건 양도수량 중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판매수량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이 100개인 경우, 침해자가 침해제품 10,000개를 시장에 판매하더라도 특허권자는 자신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9,900개의 침해제품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특허권 등의 지식재산권은 특허권자 스스로 특허제품을 생산, 판매함과 동시에 제3자에게도 라이선스를 주어 특허를 사용하게 하고 그로부터 실시료(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현행 특허법은 이러한 지식재산권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중소,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다만, 특허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하급심 판결 중에는 특허권자의 생산능력 범위 내의 양도수량에 대해서는 침해자의 물건 양도수량에 특허권자의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일실이익에 의한 손해액으로 산정함과 동시에,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양도수량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실시료 상당액을 손해액으로서 합산하는 사례도 있었다(소위 '혼합산정' 방식 채택).
해외에서의 손해액 산정 방식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관하여는 다양한 입법례가 존재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이번 개정 특허법과 유사하게 침해자의 양도수량 중 특허권자의 실시능력 한도 내의 수량에 대해서는 특허권자의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하여 계산하고, 특허권자의 실시능력을 초과하는 수량에 대해서는 실시료 상당액으로 계산하여 이를 손해액에 합산할 수 있도록 하는 혼합산정 방식을 특허법에 명문화하여 2020년 4월부터 시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1943년 이래 확립된 판례에 의해 일실이익과 합리적 실시료(reasonable royalty)에 의한 혼합산정이 인정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지식재산권의 집행에 관한 지침」은 비록 이러한 혼합산정을 허용하고 있지는 않으나, 지식재산권이 침해된 경우 침해자는 피해자의 실제 손해에 상응한 배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손해배상액 산정 시 '침해자에게 발생한 부당한 이익'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특허권자 등 권리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뿐만 아니라 침해자의 이익에 대한 반환까지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특허가 침해된 경우, 특허권자는 손해배상 또는 특허침해로 인해 침해자가 취득한 이익 반환 중 어느 하나를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이번 개정 특허법 원안도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에 관계없이 침해자의 이익을 전부 특허권자의 손해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발의되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에 관계없이 침해자의 이익을 손해액으로 인정하는 것은 실손전보 원칙에 반하고, 다른 손해액 산정 규정(일실이익, 합리적 실시료 등)과도 부조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수용한 수정안이 가결됨으로써 이번 개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었다.
혼합산정방식의 명문화
이번 개정 특허법에 따라 앞으로 특허권자는 [①침해자의 침해제품 양도수량 중 특허권자의 생산능력 범위 내의 양도수량×특허권자의 단위수량당 이익액+②특허권자의 생산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수량에 대한 합리적인 실시료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즉, 개정 특허법에 의하면, 앞서 예로 든 사례와 같이 특허권자의 제품 생산능력이 100개인 경우, 침해자가 10,000개의 침해제품을 시장에 판매한다면, 특허권자의 생산능력 범위 내의 양도수량 100개에 대해서는 현행법과 같이 해당 양도수량에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하되,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양도수량인 9,900개에 대해서는 합리적 실시료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하는 혼합산정방식이 특허법에 명문화된 것이다.
한편 현행 실용신안법 제30조는 특허법 제128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이번 특허법 개정내용은 실용신안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허권자 보호 강화
따라서 이번 개정 특허법에 의해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과 같이 생산능력이 크지 않은 특허권자가 인정받을 수 있는 특허침해 손해액의 규모가 실질적으로 증대되고, 결과적으로 특허권자가 종전보다 두텁게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술한 바와 같이 일부 하급심 판결 중에는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양도수량에 대해서는 실시료 상당액을 손해액으로서 합산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번 특허법 개정을 통하여 위 하급심 판결의 손해액 산정 방법이 명문화됨으로써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범위의 양도수량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의문이 해소되고, 향후 보다 일관된 손해배상액 산정 실무가 정착되어 결과적으로 특허권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특허법 개정에 의한 손해액 범위의 확대는 작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특허권의 고의적인 침해에 대해 최대 3배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와 결합하여 특허권의 고의적인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자신의 실시기술이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 특허 전문가를 통해 해당 특허에 대한 침해 가능성 및 해당 특허를 침해할 경우 감당해야 할 손해배상액 리스크를 사전에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안웅 변호사 · 진경수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ung.ahn@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