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급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 연장근로나 야간근로의 근무시간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연장 · 야간근로수당을 산정하기 위해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가산율(1.5배)을 연장 · 야간근로시간 계산에도 적용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산정했던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월 22일 이 모씨 등 J버스회사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의 상고심(2015다73067)에서 이같이 판시, 이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유앤아이가 원고 측을, 피고 회사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이씨 등은 J사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회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근속수당, 승무수당, 연초수당, 운전자 공제회비, 식대, 상여금 등 각종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기초로 재산정한 이들 각종 고정수당과 기본급, 퇴직금 기지급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J사는 임금협정에 따라 산정한 기본시급을 시간급 통상임금으로 보고, 기본시급을 기준으로 계산한 기본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주휴수당이 포함된 '일당액'을 정한 다음, 원고들이 근무한 일수에 일당액을 곱한 금액을 월 기본급으로 지급했다. 원고들은 근무일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약정한 근로시간 동안 근로하였고,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대가로 월 기본급 외에도 월급 또는 일급 형태의 각종 고정수당을 지급받았다.
이번 사건에서의 쟁점은 총 근로시간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의 문제. 시간급 통상임금은 통상임금 총액을 총 근로시간으로 나눠 산정하기 때문에 '분자'인 통상임금이 클수록, '분모'인 총 근로시간이 작을수록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총 근로시간 수를 계산할 때 연장근로 등에 대해 가산율(1.5배)을 적용하도록 해 근로자에게 불리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으로서 월급 형태로 지급되는 고정수당을 시간급 통상임금으로 환산하는 경우,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총 근로시간 수에 포함되는 약정 근로시간 수를 산정할 때는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시간 수 자체를 합산하여야 하는 것이지, 가산수당 산정을 위한 '가산율'을 고려한 연장근로시간 수와 야간근로시간 수를 합산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서 고정수당과 관련하여 기준근로시간 내 소정근로의 시간급이 얼마인지,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의 시간급이 얼마인지 명확하게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제공시간에 대한 급여는 같은 액수로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 통상적인 임금 계산의 원리에 부합하고 가장 공평하며 합리적"이라며 "동일한 근로를 제공한 시간에 대해 매 시간당 가치 평가는 같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령이나 당사자의 약정 등과 같은 특별한 근거 없이 이를 달리 보는 것은 근로의 가치에 대한 자의적 평가에 해당한다"며 "그러므로 특정한 근로시간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고정수당의 시간급을 구하는 경우, 고정수당의 시간당 대가는 해당 고정수당액을 그 특정한 근로시간 수로 나누어 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하고, 여기에 가산수당 산정을 위한 가산율을 반영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근로기준법 56조는 근로자가 연장 또는 야간근로를 하는 경우 사용자가 그에 대한 법정수당을 지급할 때에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일 뿐이고, 월급 형태로 지급되는 고정수당의 시간급을 산정하기 위해 필요한 약정 근로시간 수를 확정할 때 가산수당 산정을 위한 가산율을 고려해야 할 법적인 근거는 존재하지 않으며, 근로기준법은 연장 · 야간 · 휴일근로시간 수에 관한 가산율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이 사용자로 하여금 연장 · 야간 · 휴일 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연장 · 야간 · 휴일 근로를 억제하는 한편, 이러한 근로는 법정 기준근로시간 내에서 행하여지는 근로보다 근로자에게 더 큰 피로와 긴장을 주고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생활상의 자유시간을 제한하므로 이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주어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종전 판결에 의하면 이러한 근로기준법 규정 취지와 전혀 다르게,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약정함으로써 시간급 통상임금이 실제의 가치보다 더 적게 산정되어 근로자 보호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사용자가 월급 형태의 고정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한 경우에는 그러한 고정수당의 시간급을 정할 이유가 없으므로 시간급 산정 방식에 관한 의사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러한 고정수당이 단체협약에 따라 지급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에게도 고정수당의 시간급 산정 방식에 관한 의사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처럼 고정수당의 시간급에 관한 근로관계 당사자의 의사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라면, 가장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간급 산정 방식을 찾아야 하며, 특별한 근거 없이 당사자 일방에게 불리한 의사를 의제하는 방식으로 시간급을 산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정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약정한 근로자에게 지급된 일급 또는 월급 형태의 고정수당에 관하여 그 '시간급'을 산정하는 방식을 명확히 제시한 판결로서, 향후 동일한 쟁점 또는 유사한 사안의 해석 지침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