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날 '사직서 제출을 취소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으나 회사에선 이 근로자를 퇴직 처리했다. 법원은 사직서 제출로 사직 의사가 회사에 도달한 이상 회사의 동의 없이는 사직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며 퇴직 처리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성인 부장판사)는 11월 22일 A씨가 "나에 대한 퇴직 처리는 무효이니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고압직류전송 관련 엔지니어링 및 건설업체인 B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567254)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B사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한전이 미국 회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출자하여 설립된 회사다.
2015년 1월 B사에 기술직군으로 입사하여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해 온 A씨는 2017년 8월 22일 '일신상의 사유(관련분야 진학에 의한 1년 휴직 요청 승인불가)로 8월 28일부터 사직하고자 이에 사직원을 제출합니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출했으나, 다음날인 8월 23일 소속 부장에게 '아직 사직서 기안이 안 올라갔고 경영진 결재가 안 났다면 사직서 및 기타서류 제출 취소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B사가 A씨의 사표를 수리하여 A씨를 퇴직 처리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B사는 2017년 8월 28일 원고에게 '사직원 제출을 통한 귀하의 사직 의사는 2017년 8월 22일(화) 즉시 수리되어 정상 승인되었으며, 요청한 2017년 8월 28일(월)자로 퇴사 처리됨을 알려드립니다'는 내용의 사직원 처리를 통보했다.
재판부는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것인바, 사직 의사표시가 해약의 고지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이를 철회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를 청약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고, 다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인지 아니면 사용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는 그 의사표시가 기재된 사직서의 구체적인 내용, 사직서 작성 · 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대학원 진학을 이유로 휴직을 신청하였다가 피고로부터 거부되자, 수차례 사직의사를 밝혔으며, 원고가 2017. 8. 22. 제출한 사직원의 내용은 그 문언상 사직에 대한 피고의 승낙을 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근로관계를 확정적으로 종료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보이는 점, 피고 취업규칙 55조에 의하면 직원이 퇴직할 경우 회사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일반적인 퇴직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부터 사직원을 제출하는 근로자의 의사를 해약고지가 아닌 합의해지의 청약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해약고지에 있어서도 근로자의 퇴직의사를 확인하고 수리한다는 의미에서의 회사의 승인 절차는 요구될 수 있다) 등에 비추어보면, 원고의 2017. 8. 22.자 사직원을 통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해약고지로 봄이 타당하다"며 "사직의 의사표시가 피고에 도달한 이상 원고로서는 이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설령 원고의 위 사직 의사표시를 합의해지의 청약이라고 보더라도, 피고 직무권한규정상 퇴직의 직무권한자는 사장인데,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한 2017. 8. 22. 당일 피고 대표이사에게 구두 보고가 이루어졌고(원고는 원고가 제출한 사직원에 피고 대표이사의 결재가 누락되어 피고 직무권한규정상의 절차상 위법이 있고, 유효한 사직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사직원이 피고 대표이사에게 구두로 보고된 이상 피고 직무권한규정상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후(8. 22. 18:24경) 기획팀 대리가 수신자를 원고로, 피고 대표이사를 숨은 참조로 하여 퇴직일 확정에 따른 퇴직금액 등을 안내하는 이메일을 발송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사직의사에 대한 사용자인 피고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원고에게도 도달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바, 그 이후에 원고가 팀장에게 문자메시지로 한 2017. 8. 23.자 사직의 의사표시 철회는 유효한 사직 의사표시 철회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어느 모로 보나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는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