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공시지가와 세금
[리걸타임즈 칼럼] 공시지가와 세금
  • 기사출고 2019.03.1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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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변호사]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에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2월에 '표준지 공시지가'를 각기 발표하면서, 전년 대비 평균 9% 이상 상향 조정하였다. 앞으로 4월의 개별단독주택 ·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5월의 개별공시지가 발표에서도 큰 폭의 인상이 예상된다. 전문기관의 분석에 의하면, 이로 인한 세수 증가 효과가 6,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시지가 인상에 대해서 납세자들은 대체로 달갑지 않은 분위기이다. 이미 부동산 보유세율이 인상된 상황에서 공시지가까지 크게 상승한다면, 세 부담이 지나지게 커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율 인상보다 공시지가 인상이 더 무서운 증세라고 말한다. 도대체 공시지가가 세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기에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종혁 변호사
◇이종혁 변호사

부동산가격 공시제도

우선 공시지가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개인이나 단체를 불문하고 부동산은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여러 이유에서 부동산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생긴다. 그래서 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적정한 가치 평가를 위해 토지와 주택에 대한 가격공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각 부처 별로 사용목적과 기능에 따라 지가제도를 달리 운영하다가, 1989년 공시지가 제도를 도입하여 토지에 대한 공적 평가를 일원화하였다. 이후에도 건물에 대하여는 여전히 담당기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었는데, 시장에서 토지와 건물이 일체로 거래되는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00년 이후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하여 보유세제를 강화하였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토지와 건물을 통합하여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정부는 2004년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에 대한 주택가격 공시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체계화된 부동산 가격공시 제도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공시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은 토지에 대하여 표준지 공시지가, 개별공시지가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주택에 대하여는 표준주택가격, 개별주택가격, 공동주택가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이하 통칭하여 "공시지가").

공시지가와 세금

공시지가는 부동산의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복지분야에서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보장 등의 대상자 판단기준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개발부담금, 재건축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의 산정기준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공시지가는 부동산 관련 세금의 평가기준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대하여 다양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①부동산을 이전하는 단계에서는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가, ②부동산을 취득 · 등록하는 단계에서는 취득세, 등록면허세가, ③부동산을 보유하는 단계에서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각기 과세된다.

구체적으로 양도소득세는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는지를, 상속세나 증여세는 얼마짜리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이전받았는지를 기준으로 과세된다. 그리고 취득세는 얼마에 취득했는지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얼마짜리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과세된다. 여기서 "얼마짜리"에 해당하는 세금부과의 기준을 "과세표준"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세금은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여 세액을 산출하므로, 공시지가의 인상은 세액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도소득세와 상속 · 증여세 관련

세목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양도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을 차감한 양도차익에 각종 공제액을 다시 차감하여 산정한다. 이때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은 실지거래가액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지만, 취득가액이 불분명하여 환산취득가액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양도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에서 취득 당시 기준시가를 양도 당시 기준시가로 나눈 비율만큼만 취득가액으로 인정한다. 이러한 경우 공시지가가 인상되면 양도소득세의 과세표준도 증가하게 된다(소득세법 제97조, 같은 법 시행령 제163조, 제176조의2).

또한 공시지가는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표준 산정 시 기초가 되는 상속재산의 평가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1조). 상속재산 중 토지는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주택은 개별주택가격 및 공동주택가격으로 평가하되, 오피스텔 및 상업용 건물이나 그 밖의 건물은 국세청장이 산정하여 고시하는 가액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부동산 보유세 관련

공시지가 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금은 단연 보유세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주택과 토지를 구분하여 과세대상의 공시지가 합산 금액이 일정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과세한다. 주택의 경우 재산세 과세대상인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 금액이 6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부할 의무가 있고, 토지의 경우 다시 종합합산과세대상과 별도합산과세대상으로 구분하여 해당 과세대상의 공시가격 합산 금액이 각각 5억원, 8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부할 의무가 있다(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12조). 이처럼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의 납세의무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편 지방세법은 취득세, 등록면허세, 재산세 등의 과세표준 산정을 위하여 시가표준액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토지 및 주택에 대한 시가표준액은 부동산공시법에 따라 공시된 가액을 의미한다(지방세법 제4조). 취득세와 등록면허세의 경우에는 취득 및 등록 당시의 가액이 존재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그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지만, 신고가 없거나 신고가액이 시가표준액보다 적을 때에는 그 시가표준액을 과세표준으로 삼는다(같은 법 제10조, 제27조). 재산세의 경우에는 과세표준 자체를 토지, 건축물, 주택의 시가표준액에 일정 비율을 곱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같은 법 제110조), 공시지가의 인상은 곧바로 재산세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이들 세목에 일정 비율만큼 과세되는 지방소득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까지 고려하면, 공시지가의 인상은 세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성격의 비용 또한 공시지가 인상의 영향을 받는다.

그 동안 공시지가가 시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공지의 사실이었다.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만 부담하는 불합리한 경우도 많았다.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해서 과세형평을 제고하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정책 목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공시지가의 급격한 인상은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시지가 인상이 가져올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공시지가의 인상은 법령의 개정 없이 증세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공시지가 인상이 실질적으로 세율 인상의 효과를 가져 온다면, 적어도 입법절차에 준할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