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불법 적대적 M&A 가담 신한은행, 150억 배상하라"
[손배] "불법 적대적 M&A 가담 신한은행, 150억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6.11.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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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영권 탈취 불법행위 성립"
불법적인 적대적 M&A에 가담하여 경영권 탈취를 도운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1월 10일 신호제지(현 한솔아트원제지)를 인수했다가 불법적인 적대적 M&A로 경영권을 내준 엄 모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경영권 탈취에 가담한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4다64530)에서 원,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 "신한은행은 엄씨에게 15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바른이 엄씨를, 신한은행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인용, "경영권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서 이를 위법하게 침해하는 경우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전제하고, "원고가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취득하여 행사하였고, 나아가 피고가 원고의 경영권 취득 · 행사사실과 이 모씨가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조합 소유의 주식을 매각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 주식을 매수하고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전체적으로 이씨의 (주식) 횡령행위와 공동으로 행하여져 원고가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상실하는 데 공동의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 신한은행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경영권을 수반한 주식양수도 거래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원고가 보유했던 경영권은 사실상 우호지분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취득 · 유지되어 왔다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불법행위로 원고가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상실하는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엄씨가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경영권 취득을 위하여 직접 지급한 금액 등을 종합하여, 신한은행의 엄씨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150억원으로 산정했다.

1998년 이후 기업개선작업 중에 있던 신호제지의 구 채권단은 2003년 말 신호제지의 발행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함으로써 기업개선작업을 종료하기로 하였다.

엄씨는 2005년 2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의 대표인 이씨와 기업구조조정조합을 만들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국일제지는 같은해 8월 신호제지의 지분 19.8%를 인수하고 적대적 M&A를 선포했다. 국일제지 편에 선 이씨는 국일제지의 우호세력이 되어 달라고 신한은행에 요청한 후 2005년 11월 엄씨 등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조합이 보유하던 신호제지 주식 320여만주 중 270여만주를 1주당 7500원에 신한은행에 매각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조합으로부터 주식을 매수한 신한은행이 2005년 12월 개최된 신호제지 임시주주총회에서 국일제지 측의 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국일제지 측이 추천한 사람들이 이사로 선임되어 신호제지의 경영권이 국일제지로 넘어갔다. 이에 엄씨가 "이씨의 횡령행위에 가담하여 신호제지의 주식을 취득하고 이에 기하여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경영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혔다"며 이씨와 신한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유죄가 인정되어 2009년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일반적으로 최대주주 등이 보유하는 주식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이 이전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불되는 것과는 달리 이 사건에서 원고가 보유했던 경영권은 사실상 우호지분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취득 · 유지되어 왔으므로 이러한 경영권이 타인에게 이전될 수 있는지(이러한 경영권을 매수할 사람이 있는지), 이전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가능한지, 이전의 대가는 주식의 직접 양도를 통해 이전되는 경영권에 관해 지불되는 프리미엄과 같다고 볼 수 있는지 등도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피고의 불법행위로 원고는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으나, 그 손해는 경영권 프리미엄의 산정을 비롯한 어떠한 방식으로도 쉽게 확정할 수 없어 감정을 통한 객관적인 손해액의 입증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의견 등을 고려해 신한은행이 배상해야할 금액을 150억원으로 산정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대체로 원고의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의견은 250억원을 전후한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여기에 원고가 보유한 경영권의 경제적 가치는 정상적인 기업인수 과정에서 경영권을 이전하면서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을 전제로 산정한 경영권 프리미엄 가액이 전부인 것으로 볼 수 없는 반면, 원고와 같이 우호지분에 대한 지배력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그 경영권에 따른 이익은 어떤 형태로든 분여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기타 원고가 경영권 침탈 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물질적 손해와 그 일부 손해가 이씨와 이씨가 대표인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를 통하여 보전된 점 등의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150억원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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