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신고한 임차권이 후순위여서 부동산 강제경매절차에서 대항력이 없더라도 경매참가자들의 의사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어 경매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매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이어 결과적으로 경매의 불공정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A는 2009년 10월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빌라의 2개 호실의 소유권을 매매계약에 기해 B로부터 이전받았으나, 2016년 12월 위 매매계약에 대한 사해행위취소 판결이 확정되어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됨에 따라 빌라 2개 호실의 소유권이 B에게 다시 이전되었다. 이후 2017년 1월 B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자가 자신의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확정판결에 기해 위 빌라 2개 호실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해 수원지법에서 강제경매가 개시되었다. 또 다른 공사대금채권자도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확정판결에 기하여 위 법원에 배당요구신청서를 제출했다.
A는 자신에게 고용되어 위 빌라 2개 호실을 관리해오던 C와 인테리어 공사를 도급받아 수행했던 D에게 각각 빌라 1개 호실에 대해 A를 임대인으로 하는 전세보증금 6,000만원 상당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는 취지의 허위 전세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한 권리신고와 배당요구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지시, C, D가 각각 수원지법에 허위 전세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한 권리신고와 배당요구신청서를 제출했다. C, D가 사실과 달리 대항력이 있는 주택임차인인 것처럼 가장해 전세보증금 상당의 배당금을 편취하려고 한 것인데, 채권자들의 배당요구액이 빌라 2개 호실의 감정가 합계 7,2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서, 경매를 신청한 공사대금 채권자가 경매를 취하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월 9일 경매방해와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A, C에 대한 상고심(2022도11083)에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경매방해 혐의는 무죄로 보고 사기미수 혐의만 인정한 원심을 깨고, 경매방해 혐의도 유죄라며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2도11083).
대법원은 먼저 "경매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경매의 공정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결과의 불공정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전제하고, "여기서 '경매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 자체를 해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법률적으로 경매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뿐 아니라 경매에 참가하려는 자의 의사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도 '경매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5도8498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피고인들이 D와 공모하여 신고한 임차권이 현황조사보고서에 포함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경매참가자들의 의사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정 중의 하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그와 같은 사정을 포함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경매절차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허위의 임차권을 신고하는 행위가 경매에 참가하려는 자들의 의사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미쳤는지를 충실히 심리하여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가 발생하였는지'를 따졌어야 한다"며 "이러한 제반 사정들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권리의무관계나 임차권의 대항력 유무와 같은 객관적 법률평가에만 터잡아 피고인들이 D와 공모하여 신고한 임차권은 대항력이 없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경매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경매방해죄 성부와 그 심리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선순위 근저당권 등을 이유로 대항할 수 없는 임차권을 허위신고하는 경우에는 경매에 참가하려는 자들이 매수신고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함을 전제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D와 공모하여 신고한 임차권은 그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에 등기가 마쳐진 처분금지가처분보다 후순위여서 가처분채권자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그 임차권은 각 부동산 강제경매절차에서 대항력이 없으므로 그러한 허위의 임차권을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경매방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경매방해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비록 선순위채권자의 채권액을 제외하면 경매채권자에게 돌아갈 것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경매개시결정이 취소되고 강제경매신청이 기각되어 결과적으로는 불공정이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허위 임대차보증금 채권을 신고하여 배당받을 선순위 권리자로 행세한 이상, 경매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