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가 병원 입점이 확정적으로 예정되었다고 홍보하며 약국 독점 상가임을 명시해 상가를 분양했으나 약국보다 두 달쯤 늦게 입점해 개설된 병원이 약 2개월 만에 폐업했다. 법원은 분양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 위반이라며 시행사가 수분양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부(재판장 김도요 부장판사)는 8월 30일 하남시에 있는 약국 독점 상가 점포를 각각 분양받은 A, B 등 2명이 "병원 입점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상가를 신축 · 분양한 시행사 C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1가합72034)에서 "C사는 A에게 3억 1,490만원, B에게 2억 8,75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는 2020년 3월 6일 C사 등과 상가의 한 점포를 11억 4,400만원에, B는 다른 점포를 10억 4,000만원에 각각 분양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각 분양계약의 특약사항에는 위 2개 점포가 약국 독점 상가임이 명시되어 있었다. C사는 같은 날 '준공 시(2020년 3월 예정) 병의원과 약국이 입점하지 않을 경우 조건 없이 계약 해지와 계약금 전액 환불함을 확약한다'는 확약서를 원고들에게 작성해주었다. 원고들은 이후 C사 등의 중개로 약사인 D와 위 2개 점포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각각 체결, D가 위 2개 점포에 약국을 개설했다. 그러나 상가의 준공 시점까지 병원 영업이 개시되지 않다가 2020년 9월 뒤늦게 병원이 개설되었으나 약 두 달 뒤 폐업했다.
재판부는 "C사가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점포를 분양할 당시 건물 외벽에 '도시 최고의 첨단장비! 전문의학 박사님 진료! 6월 개원 확정.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과, 이비 인후과, 피부과, 비만클리닉, 도수치료'라고 기재된 현수막을 게시하고, '2층 내지 5층에 병원 입점 확정'이라는 취지로 기재된 홍보물을 원고들에게 교부하였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C사가 중개인을 통하여 병원 입점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분양계약의 체결을 권유하였고, 이에 따라 병원 및 약국 입점 불이행 시 원고들에게 계약해제권이 부여된 확약서가 작성되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건물의 분양자인 C사는 원고들이 분양받은 각 점포의 운영을 위해 건물의 준공 시점까지 병원을 입점시켜 운영하도록 할 각 분양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를 부담하고, 원고들에게 그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점포는 이 사건 건물에서 유일하게 '약국 독점'이 보장된 상가였고, 각 점포는 약국으로 독점적으로 임대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같은 건물에 병원이 입점할 것인지 여부는 약국으로서 임대차 가능성과 차임 수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병의원의 입점 여부는 각 분양계약의 체결 여부에 핵심적인 고려사항이었을 것으로 보이며, C사도 이러한 사정을 인지하여 준공 시까지 병의원이 입점하지 않거나 약국이 입점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이 계약 전체를 해제할 권리를 부여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 "C사가 건물의 준공 시점까지 병원을 입점시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원고들은 건물에 병원이 입점하고 각 점포가 약국으로 분양되었을 경우의 시가와, 병원의 입점 없이 일반 상가로 분양되었을 경우의 시가의 차액에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하고, 각 점포가 약국으로 분양되었을 경우의 시가의 감정평가액과 병원 입점 없이 각 점포가 일반 상가로 분양되었을 경우의 시가의 감정평가액 차액인 3억 1,490만원과 2억 8,750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했다.
김연옥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