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상 장애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장애가 심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의 의미를 넓게 해석한 의미있는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12월 21일 장애인인 A씨가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장애인차별중지 등 소송의 항소심(2022나2052639)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11월경 서울시설공단에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신청했으나, 보행상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구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상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된 데 이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서울시에 낸 민원도 같은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상지기능 장애 정도가 심하고 동시에 하지기능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나, 2021년 2월 장애정도 심사를 신청한 결과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A씨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에 해당함에도 피고들이 장애인콜택시 이용 신청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허가하는 적극적 조치와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피고들은 '보행상의 장애가 심한 자'이어야 구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상 '교통약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구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6조 1항 1호는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으로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28조 1항에 따른 보행상의 장애인으로서 같은 규칙 별표 1에 따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서 버스 · 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구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의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8조 제1항에 따른 보행상의 장애인, ㉡같은 규칙 별표 1에 따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버스 · 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 세 경우에 모두 해당하여야 한다(이하 ㉡ 요건을 '이 사건 쟁점요건'이라고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이 사건 쟁점요건은 장애가 어느 부위에 관한 것이든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1에 따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면 그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되고, 반드시 '보행상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일 것을 요구하는 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8조 제1항에 따른 '보행상의 장애인'인지 여부는 「장애정도판정기준」(이 사건 거부행위 당시에 시행되던 2020. 10. 30. 보건복지부고시 제2020-238호 고시)에 따르게 되는데, 고시 어디에서도 '심한' 보행상 장애와 '심하지 않은' 보행상 장애를 구분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결국 관련 법령상 '보행상의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결국 관련 법령상 피고들이 주장하는 개념인 '보행상의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내지 '심한 보행상 장애'를 판단할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통약자법 제16조 제1항 및 구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약자에게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여 주는 규정"이라며 "이러한 교통약자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한다면, 위 법령을 해석함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교통약자가 특별교통수단 이용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그 이용대상자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법령상 보행상 장애가 통상적 의미에서 심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보행상의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판정되고, 어느 부위의 장애이든 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자 버스 · 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이동이 곤란하다고 할 수 있고, 그와 같은 사람들에게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교통약자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보행상의 장애인(㉠)으로 버스 · 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이라며 "결국 원고는 구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이 사건 거부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1항에서 열거한 차별행위이고, 이로써 피고들은 장애인인 원고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동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 제26조 제1항에 위반되는 이 사건 거부행위를 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원고가 이 사건 거부행위 이후 현재까지 3년 이상의 기간 동안 서울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원고에게 큰 불편을 주었을 것인 점, 원고가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함으로써 다른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을 이동상 어려움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3,000,000원으로 정했다.
임한결, 박민서 변호사와 법무법인 원곡이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