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씨 등 임직원 6명 조사…금감원 차명계좌 검사결과 분석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안희 이한승 기자 =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일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63) 리움미술관장을 소환해 6시간30분 가량 '비자금을 이용한 미술품 구입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홍씨는 과거 검찰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서면진술서를 낸 적은 있지만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씨는 이날 오후 3시께 삼성 변호인단의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뒤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습니다"라고만 짧게 말하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조사를 마치고 오후 9시30분께 나온 그는 어떤 내용을 조사받았느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조사받은 것을 어떻게 한마디로 말하느냐"고 답했으며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참고인 신분인 홍씨를 상대로 고가 미술품을 구입한 경위와 구입자금의 출처, 에버랜드 창고에서 압수한 미술품의 소유 주체, 비자금을 이용해 미술품을 구입한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 등을 캐물었다.
특검팀은 삼성 전 · 현직 임원 11명 명의로 된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실제로는 이건희 회장의 소유이며, 차명주식 배당금 가운데 일부가 해외 미술품 구입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삼성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는 홍씨 등이 2002∼2003년 서미갤러리 등을 통해 해외 경매시장에서 '행복한 눈물'(90억원 상당)과 '베들레헴 병원'(100억원)등 고가 미술품을 사들였으며 비자금이 구매대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홍씨는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 에버랜드 창고에서 나온 미술품들은 개인 돈으로 구입해 삼성문화재단측에 보관을 맡겼으며 '행복한 눈물'의 경우, 잠깐 빌려 집에 놔뒀다가 돌려줬다고 말하는 등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홍씨가 에버랜드 주주인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장으로서 피고발인이기는 하지만 핵심 관련자가 아니라고 판단, 미진한 수사사항을 추가 확인하는 정도로 그치고 미술품 의혹 수사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금융감독원의 삼성증권 차명계좌 특별검사 중간 결과를 전달받아 분석 중이다.
금감원은 특별검사에서 그룹 전 · 현직 임원 명의의 일부 차명계좌에서 금융실명법 위반을 확인한 바 있으며, 특검이 조사를 의뢰한 700여개 차명계좌에 대한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지난해 검찰 수사 초기에 외부와 연락을 끊고 사실상 잠적했던 삼성증권 감사팀장 강모씨와 전용배(46) 전략기획실 상무 등 임직원 6명을 소환해 비자금 ㆍ 차명계좌 및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30일 삼성증권 압수수색 당시 강 팀장의 사무실에서 이 회사전 직원 박 모씨가 '내가 전략기획실의 의뢰를 받아 차명계좌 100여개를 만들었다'는 내용과 함께 계좌목록을 담아 보낸 협박성 이메일과 차명계좌 명의자로 의심되는 퇴직 임원들의 성향을 정리한 문건을 찾아냈었다.
임주영 안희 이한승 기자[zoo@yna.co.kr] 2008/04/02 22: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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