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7년 태광그룹 계열사였던 티브로드에 기부한 100억원의 기금에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티브로드는 2017년 이호진 전 회장과 '중소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운영 및 지원을 위한 공동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금 100억원을 기부받았다. 티브로드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위 100억원 중 38억 3,900만원을 중소PP에 지원했고, 2019년 12월 이 전 회장과 합의해 양해각서를 해지한 뒤 미사용 기금 61억여원을 이 전 회장에게 반환했다.
이후 기부금 100억원과 그 이자수입을 티브로드의 익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서울지방국세청의 티브로드에 대한 법인세 통합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동수원세무서가 2020년 5월 티브로드를 흡수합병한 SK브로드밴드에 2017 사업연도 법인세 25억 5,500여만원을 부과하자 SK브로드밴드가 법인세 부과와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동수원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소송(2022구합59578)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5월 11일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전 회장이 기부한 100억원(이 사건 금원)은 티브로드가 대내외적으로 이를 소유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티브로드의 자산수증이익이나 그 밖의 수익 등 익금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며 "동수원세무서장의 25억여원의 법인세 부과처분과 서울국세청장의 61억여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SK브로드밴드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티브로드는 양해각서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이 사건 금원을 관리 · 집행할 수 있었을 뿐이고, 자기를 위한 용도로는 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지적하고, "또한 이 사건 금원은 티브로드의 고유재산과 분리되어 별도로 집행 · 관리되었고, 티브로드의 자산으로 회계 처리되지도 않았으며, 그와 같은 사실이 외부로 공시되어 표시되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티브로드와 원고가 합병을 진행할 때에도, 티브로드의 주주는 이 사건 금원이 티브로드의 자산이 아니라고 보아 자신에게 불리하게 티브로드의 회사가치의 평가에 이 사건 금원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양해각서의 문언이나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 전 회장과 티브로드의 주관적 의사가 위 객관적 사정들과 배치되고 있다고 인정할 만한 부분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티브로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 사건 금원을 선량한 주의의무로 집행 · 관리하며 수탁사무를 처리한 자에 해당할 뿐, 사용 · 수익 내지 처분의 측면에서 현실로 이 사건 금원을 지배 · 관리하며 향수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금원은 양해각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중소PP 등을 위하여 지출되었고, 이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으며, 남은 정산금도 이 전 회장과 티브로드의 합의해지에 따라 이 전 회장에게 반환되었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은 금원의 객관적 지출 형태나 반환 경위를 보더라도, 금원이 티브로드의 순자산을 증가시킨 것으로서 티브로드에 실질적으로 귀속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