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정된 자녀가 가해자와 합의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유효할까.
광주지법 형사3부(재판장 김성흠 부장판사)는 6월 13일 교통사고 피해자 성년후견인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무효라고 판시,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 한 업무상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하는 중상해를 입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로 기소된 가해자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 단독재판부로 되돌려보냈다(2022노485).
재판부는 먼저 "민사소송법이 소송능력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법상의 행위능력에 의하도록 하는 것(민사소송법 제51조, 제55조)과는 달리, 형사소송법은 소송능력에 관한 원칙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개별적으로 법정대리인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해자를 위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면 소송행위의 법정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한데, 형사소송법은 고소에 관하여는 제225조 제1항에서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에게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반면, 반의사불벌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위와 같은 법리 및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의사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고(대법원 2012도568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의사능력 없는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 선임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2021. 4. 20. 병원으로부터 '본원 중환자실에 입원 치료 후 타병원 전원하여 보존적 치료 지속중임. 현재 의사소통 불가능한 의식상태이며, 지속적인 임상적 및 영상학적 검사가 필요함' 소견을 받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한 사실, ▲전원된 병원 의사로부터 2021. 5. 24. '좌측뇌의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 '식물인간 상태로 지속될 가능성 높음', '난치, 불치' 회신받은 사실, ▲피해자는 원심 변론종결일인 2022. 1. 27.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광주가정법원이 2021. 10. 14. 피해자에 대한 성년후견을 개시하고 피해자의 자녀 A를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정한 사실, ▲원심판결 선고 전인 2022. 1. 19. 원심법원에 피해자의 자로서 성년후견인인 A 명의로 작성된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1억원을 지급받고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와 A의 인감증명서 등이 제출된 사실을 각 인정하고,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위와 같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던 이상 피해자에게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소송능력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의 자로서 성년후견인인 A가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하여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A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더라도, 그것이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표시로서 소송법적 효력을 발생시킨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의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어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 선고 후인 2022. 2. 16. 21:02경 피해자가 광주 광산구에 있는 병원에서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 검사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허가했으나, 재판부는 "당심이 공소기각을 한 원심판결이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이상 공소장 변경에도 불구하고 당심에서 본안판단을 할 수 없다"며 형사소송법 366조에 따라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교통사고 치사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