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태광 이호진 전 회장, 누나 상대 '차명 유산 400억' 소송 승소
[민사] 태광 이호진 전 회장, 누나 상대 '차명 유산 400억' 소송 승소
  • 기사출고 2023.07.0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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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유언 무효지만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 경과"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아버지 이임용 선대회장이 남긴 400억원대 차명 국민주택채권을 놓고 누나 이재훈씨와 벌인 상속 관련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손승온 부장판사)는 6월 16일 이 전 회장이 이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2020가합521718)에서 "이씨는 이 전 회장에게 400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이 전 회장을 대리했다.

이임용 선대회장은 사망 전인 1996년 9월 '아내 이선애씨와 아들들에게 재산을 나눠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이 전 회장의 외삼촌)의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딸들에게는 상속재산을 남기지 않았다. 

이후 2010~2011년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 등을 통해 '나머지 재산'인 각종 차명채권과 주식이 발견되었다. 이들 차명재산은 이 전 회장이 단독으로 처분했거나 자신의 명의로 전환해 갖고 있었다. 차명재산을 관리하던 태광그룹 자금관리인 A씨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10년 10월 이재훈씨에게 차명재산 중 일부인 액면금 400억원의 국민주택채권 증서를 맡겼다. A는 2012년 2월 이씨에게 이 국민주택채권 증서를 반환하라고 요청했으나 이씨는 응하지 않았다. 이에 이 전 회장이 이씨를 상대로 이 국민주택채권 액면금 상당액인 400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이임용 선대회장 유언의 '나머지 재산' 처리 취지에 따라, A가 이임용 선대회장의 사망 당시 관리하던 차명 국민주택채권(이 사건 상속채권)을 단독으로 상속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임용 선대회장의 유언의 '나머지 재산' 부분의 효력과 관련, "이 사건 유언의 나머지 재산 부분이 '부동산 및 주식에 관한 상속은 별지 상속재산목록'과 같이 한다.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이기화의 뜻에 따라 처리하도록 한다'와 같이 정하고 있고, 앞뒤 문맥 및 문언을 고려하면 위 내용은 별지 상속재산목록 이외의 나머지 재산은 유언집행자 이기화의 재량에 따라 처리하라는 취지로 해석될 뿐이며, 유언을 전체적으로 보아도 이기화가 나머지 재산을 처리할 때 이임용의 유지를 고려해야 한다거나 태광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제한이 있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위 유언은 이임용이 일부 유언 내용의 결정을 이기화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위임한 것으로, 유언의 일신전속성에 반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무기명채권은 증권을 교부함으로써 양도가 이루어지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권의 소지인은 그 권리를 적법하게 취득하므로, 상속재산인 이 사건 상속채권에 대한 침해행위는 그 채권증서의 점유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원고가 이임용의 사망 시점부터 점유보조자인 A를 통해 상속채권 증서를 실질적으로 점유, 관리한 이상 그 시점부터 피고의 상속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임에도 그로부터 10년의 제척기간 내에 상속회복의 소가 제기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상속채권에 대한 피고의 상속회복청구권이 제척기간의 경과로 소멸하게 됨으로써 원고는 상속개시 당시로 소급하여 위 채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가 이임용 사망 이후부터 원고의 점유보조자로서 이 상속채권을 관리하면서 5년의 만기가 도래한 국민주택채권의 원리금을 상환받고, 재매입해왔으므로, 원고는 A를 통해 채권증서를 교부받아 점유함으로써 상속채권을 재원으로 재매입한 이 사건 채권(A가 피고에게 증서를 교부한 차명 국민주택채권)에 대한 소유권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0. 10. 19. A를 통해 피고에게 이 사건 채권증서의 보관을 위탁하였고, 피고는 향후 원고가 요청할 때까지 위 증권을 보관하기로 승낙함으로써 임치약정이 체결되었으며, 위 임치약정에 따라 A가 채권증서를 피고에게 인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기간의 약정없는 임치로서 원고가 그 반환을 요청할 때 해지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바(민법 제699조), 피고는 원고가 점유보조자 A를 통해 반환을 요청한 날 위 채권증서를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채권증서를 반환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원고에게 반환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채권원리금을 상환 받거나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원고가 채권원리금을 상환 받지 못하게 하였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반환의무 불이행(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으로 채권원리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