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분양전환가격에 대해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부제소합의를 했더라도, 분양전환가격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했다면 부제소합의는 무효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부제소합의를 인정하면 강행법규인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입법취지를 몰각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월 2일 전북 완주군에 있는 공공임대아파트를 분양받은 임차인 132명이 "지급한 분양대금 중 정당한 분양전환가격을 초과한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며 동광종합토건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261773)에서 부제소합의에 위반된다며 소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되돌려보냈다. 윤정수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동광종합토건은 법무법인 바른이 대리했다.
동광종합토건은 1999년 2월 토지를 매수해 64.00㎡ 119세대와 77.76㎡ 90세대인 2개동 합계 209세대 규모의 공공임대아파트를 건축하고, 원고들에게 각 해당 세대를 임대했다. 이어 2013년 10월 아파트 각 세대 중 64㎡ 세대는 4,307만원, 77.76㎡ 세대는 5,289만원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정해 완주군으로부터 임대주택 분양전환 승인을 받은 후 원고들과 분양가격 등에 관한 협의를 거쳐 위 각 세대의 분양전환가격을 50만원씩 인하해 2013년 11월 64㎡ 세대는 4,257만원, 77.76㎡ 세대는 5,239만원으로 하기로 합의하고 분양전환가격에 대한 일체의 민 · 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까지 받았다. 원고들은 위와 같은 합의에 따라 동광종합토건에 해당 분양대금을 납입하고, 동광종합토건으로부터 위 각 세대를 분양받았다. 원고들은 그러나 분양전환가격이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산정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했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5다44274 등)을 인용,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은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무주택 임차인에게 임대주택의 우선분양전환권을 인정하고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을 상세히 규정함으로써 임대사업자가 자의적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정하는 것을 방지하고 합리적인 분양전환가격에 임대주택의 분양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들은 강행법규에 해당하고, 그 산정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한 분양전환가격으로 체결된 분양계약은 그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임대주택 분양전환계약에 관한 일부 무효의 법리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시장 · 군수 · 구청장의 분양전환승인을 거쳐 분양전환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11481 판결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고, 따라서 권리 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된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며 "강행법규인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산정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한 분양전환가격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에 부수하여 부제소합의를 한 때와 같이, 부제소합의로 인해 그 계약이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 그 부제소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분양전환가격이 강행법규인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하였다면 그 초과한 분양전환가격으로 체결된 분양계약은 그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라며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위 분양계약에 부수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이로 인해 위 분양계약이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위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가 몰각될 여지가 있고,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분양전환가격이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와 이에 따라 부제소합의가 무효인지 여부를 심리 ·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강행법규인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 위반 여부에 대한 별다른 판단 없이 부제소합의로 인하여 원고들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무효 주장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부제소합의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부제소합의의 유효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