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도 변호사, '참 듣기 좋은 소리' 출간CD 1800장 모은 클래식 마니아의 명곡, 명반 이야기
'명곡'에는 '명반'이 있다. 클래식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최영도 변호사는 로베르트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가장 완벽하게 소화해 낸 연주자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를 꼽는다. 또 있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제13번 카바티나는 바릴리 4중주단의 연주가 가장 뛰어나다는 게 최 변호사의 평가다.클래식에 매료돼 50년 넘게 클래식과 함께해 온 최 변호사가 최근 자신의 50년 클래식 편력기를 정리해 '참 듣기 좋은 소리'(학고재)를 펴냈다.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해설을 붙인 명반과 애청 음반에 관한 추천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 그의 말마따나 '명반고시(名盤考試)'를 통해 찾아낸 주옥같은 음반들이다. 그는 분명하게 말한다. "천재음악가들이 작곡한 뛰어난 명곡을 탁월한 연주와 소리로 녹음한 명반들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부록으로 소개된 명곡 ㆍ 명반 200선이 그의 음악에의 안목을 잘 말해준다.
그의 명반고시는 거의 광적이었다고 하는 게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그도 부인하지 않는다. 처음엔 최고의 명반으로 5백 장을 수집하겠다는 뜻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소장하고 있는 명반은 무려 1천8백 장에 이른다. 물론 이 중에는 수집을 위해 사서는 한 번 들어보고 꽂아 놓은 음반도 적지 않겠지만, 그의 열의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명반을 수집하는 방법도 특이했다. 먼저 명곡해설집을 읽어 중세의 그레고리안 성가에서 르네상스 시대, 바로크 시대를 거쳐 고전주의, 낭만주의와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대표 명곡을 선정한다. 그 다음 여러 가이드북에서 각 음반에 대한 평가를 읽은 후 이를 종합해 명반 리스트를 작성해서 늘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이 듣고 비교해 가며 명반을 추려갔다. 명반을 수집하는 노력은 해외로도 이어졌다. 홍콩이나 뉴욕에 가서 한 번에 50~60장씩 음반을 사오는 바람에 세관원이 음반 장사로 오인하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최 변호사이다 보니 작곡가와 지휘자, 연주자, 성악가 등에 대한 그의 평가도 더욱 각별해 보인다. 최 변호사는 바이올리니스트로 구소련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를 가장 좋아한다며, "오이스트라흐가 완벽한 테크닉, 힘차고 강렬한 표현력, 높고도 깊은 음악적 격조를 보여주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겸손하고 따뜻한 인간미까지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지휘자 중엔 오토 클렘페러와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좋아한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클렘베러의 음악에선 '외고집과 불굴의 정신'이 묻어난다고 했고, 클라이버는 '금전과 명리를 좇지 않고 자신의 철학대로 살다 간 자유인이자 위대한 고집쟁이여서 더없이 그의 음악이 좋다고 썼다. 최 변호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그는 1965년 판사가 됐으나 10월 유신 선포 다음해인 73년 법복을 벗었다. 하지만 독재정권의 아이러니한 선물 덕에 변호사로 활동하며, 오히려 마음껏 클래식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회고다.
대한변협 인권위원장과 민변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인권변호사로 유명하며, 미술품 감상과 수집에도 일가견이 있다. 2005년엔 평생 모은 토기 1630점을 국립박물관에 기증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김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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